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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작성자 :
김광수
날짜 :
2015-01-07
우리말에‘적당히’라는 부사가 있다. 이 말은‘정도에 알맞게,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게’라는 뜻이다. 비슷한 말은‘대강대강’,‘대충대충’이다. 2014년 대한민국의 안전은‘대강’과‘대충’으로 잔인했다.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2월17일, 10명 사망 204명 부상)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4월16일, 295명 사망 9명 실종), 경기 고양 터미널 화재(5월26일, 8명 사망 61명 부상),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5월28일, 21명 사망 7명 부상),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 승강장 사고(9월25일, 1명 사망), 경기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10월17일, 16명 사망 11명 부상), 전남 담양 펜션 화재(11월15일, 4명 사망 6명 부상).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안전 불감증이 낳은 사고다. 대형 참사들이 터질 때마다 갖가지 문제점과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고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대충, 대강’등 적당주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경제 개발 일변도의 정책에다‘빨리빨리’라는 엔진을 장착하면서 세계가 놀랄 만한 급성장을 일궈냈다. 국민 1인당 GDP 2만5천달러, 세계 15위 경제대국, IT강국 등 각 분야마다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특정 분야에선 오히려 앞선다.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 이면에는 부작용이 깔려있다.‘적당주의’,‘대충대충’,‘빨리빨리’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모래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0년간 1위, 빈곤율 상위권, 흡연율 1위, 부패지수 최하위권 등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경제대국을 건설한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안전과 규정은 뒷전이고, 부조리가 판치는 등 3류 국가의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삼풍백화점붕괴, 씨랜드 화재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 수많은 대형 사고를 당해도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힌다. 하지만 대형 사고는 또 발생했고, 적당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어디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IT강국,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정부의 안전정책 역시 후진국 수준이다. 대통령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안전관련 규제마저 풀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2월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이후 국무총리 주재로 안전 관련 관계 장관 및 시도지사 간담회가 열렸고, 당시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다짐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안전대책은 세월호 참사 전후 할 것 없이 엇비슷하다.‘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점검 생활화,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국민 안전의식 문화 강화, 다중이용시설 점검 관리, 매뉴얼 교육 및 훈련’등이 고작이다. 재난관련 대책회의 때마다 올라오는 단골메뉴다. 실제로 이러한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채 두 달도 안 돼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것이다.
 
후한서(後漢書)에 보면‘화호화구’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린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엄청나게 위대한 것도 거창한 것도 좋지만 어쭙잖게 덤벼들었다간 용두사미의 최악의 결과를 맺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각종 정책을 보면 화호화구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권초기 특별한 정책을 펼쳤지만 내놓은 정책마다 국민의 정서에 벗어나 장벽에 부딪치면서도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결국 별 볼일 없는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각종 안전사고가 터지자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리고 마는 화호화구의 모습은 아닐는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울하고 침통한 2014년을 보내고 2015년 새해에는 거창한 정책이나 구호가 아닌,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소걸음의 자세를 기대해 본다. 을미년 새해는 적당주의가 아닌 하나하나 꼼꼼하게 정책을 챙기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