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링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및 주소,전화번호 안내 바로가기

들풀이 주는 즐거움

작성자 :
정호영
날짜 :
2015-06-17
'키우고 싶은 꽃과 나무는 조금만 물주는 시기를 놓쳐도 금 새 잎이 시들어 버리는데, 날마다 뽑아도 뽑아도 뒤돌아서면 올라와 있는 풀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소연 하시는 동네 아낙의 푸념 섞인 말을 자주 듣는다.
올해는 유독 더위도 일찍 찾아 왔고, 한창 모내기철인데 강수량도 예년에 비해 부족하다.
그런데도 도로주변 공한지는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푸른 녹색과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들풀들이 삭막한 도시의 공간을 메우고 있는 것을 발견 했다.
그러면서 이름 모를 꽃들과 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늘 다니는 곳에 이렇게 많은 꽃들과 들풀들이 있었는가?그동안 나와 함께 살아왔고 현재도 내가 느끼던 느끼지 못하던 동고동락하는 주변 환경의 주인이 인간이 아닌 이 풀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이 풀들의 이름이 궁금해 졌다.
그래서 야생화에 대한 문고판 책을 사보았으나 가지고 다니면서 보기에도 어렵고, 설령 가지고 다닌다 해도, 모양이 비슷비슷해서 사진으로만은 그 이름을 알기는 불가능 했다.
그런 고민 중에 “요새는 핸드폰이면 뭐든지 되잖아... 핸드폰 앱(APP)을 찾아보자”생각하고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보니 ‘모야모’라는 꽃이름, 식물이름을 알려주는 앱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설치하고, 모르는 꽃과 풀들을 만날 때 매다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전문가와 많은 분들이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이름을 알려주셨다.
이름을 모를 때는 그냥 풀이라는 명사 하나로 불렀고, 그냥 귀찮은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던 것들이었지만, ‘모야모’를 통해 꽃이름 이며 꽃말과 그에 얽힌 전설을 찾아보고, 이제는 그들꽃들과 이야기를 시작 하게 되었다.
‘나는 개망초야 초나라가 망하면서 전쟁에 나갔던 어느 산골에 사는 부부의 슬픈 사연을 담고 태어 낳지...’ ‘나는 멧꽃이야... 흔히들 나팔꽃이라 부르지만 나팔꽃과는 좀 다르고, 나팔꽃은 외국에서 왔지만 난 토종 꽃이야...꽃말을 충성과 수줍음이지...’ 이젠 이들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건넨다.
갑자기 엄청 큰 정원을 소유한 느낌이 들었다.
마을에 민원이 있어 나 갈 때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민원이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보다는 그 곳에 가면 새로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이제는 보인다.
잎이 다 시들어 조금은 볼품이 없어진 철쭉의 어깨 위를, 연분홍의 멧꽃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새색시처럼 수줍게 앉아 있는 모습이, 또 그 뒤로 약초로도 널이 알려진 맥문동이 소나무를 둘러싸고 마치 소나무를 주군으로 삼은 신하들처럼 빙 둘러 손을 들어 환호 하고 있는 모습이... 달포 전 몇 평 남짓 되지 않는 동네 소공원에서 공공근로 어머니들께서 풀매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느 사이 빽빽한 맥문동 뜸 새를 비집고 소루쟁이, 개망초, 쑥대, 지칭개, 쇠뜨기, 박주가리등 다양한 풀들이 태양 빛을 차지하려 뒤꿈치를 치켜들고 올라오고 있다.
도로가 또는 동네 골목의 담장 아래 빼꼼이 얼굴을 내밀고 나를 알아봐 달라고 바람의 힘을 빌려 손짓하는 이름 모를 꽃과 들풀들이 우리와 함께 사는 것들이고, 내 기준으로 필요 없다고 뽑아 던져지는 풀들이 어느 누구에게는 약이 되고, 떡이 되고, 효소가 되어 우리와 함께 하는 것 들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뽑아 던져버리듯 외면하지 말고, 한번쯤 관심을 기울인다면 쓸모없는 풀 들은 없다는 것을 느낄 것 이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