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아침, 러시아 첼라빈스크시 레디슨블루 호텔 회의장 주변 공기는 싸늘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동안 전략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상대편인 터키 유치단이 정장 단복을 차려입고 회의장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 유치단은 더욱 긴장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 나오는 말인지 모르게 밤사이 유럽지역 집행위원들이 터키 쪽으로 합세했다는 설이 돌았다. 송하진 지사의 얼굴도 회의 시작시간이 가까울수록 긴장의 빛이 역역했다. 당시를 돌아보면 세계대회 유치에 대한 송지사의 긴장감과 책임감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실제, 유치상황은 좋지 않았다. 유럽이 터키를 고집하는 단합현상이 짙게 있었고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반란 움직임까지 바닥에 깔려있었다.
우리 유치단이 더욱 긴장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유럽세에 아랍세와 아프리카세가 합세 한다면 매우 어려운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우리 한국은 지금까지 6차례나 세계대회를 유치했고 더욱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대회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었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에 신뢰를 잃어버린 터였다. 국제대회 유치는 승과 패라는 결과만 있는 법이어서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네임벨류가 이번 대회 유치에는 독이 된 것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회의장에 한국 측 유치단 인원이 너무 많으면 혹여라도 집행위원들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의견에 우리측 일부는 몸을 숨겨야 하는 지경이었으니 그곳의 분위기가 얼마나 긴박했겠는가!
10시20분, 집행위원회 회의가 시작되었고 개최지 안건은 회의 중 맨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었다. 송하진 지사와 이연택 유치위원장, 김광수 의장, 황정수 군수를 비롯한 유치단은 프리젼테이션을 위한 마지막 검점을 하며 긴장을 풀기 위해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회의 중 휴식시간이면 한번이라도 더 집행위원들과 맨투맨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드디어 세계태권도대회 개최지 선정 건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무주와 터키 삼순의 15분간의 프리젠테이션 시간이 되었다. 전북이 먼저 진행했고, 발표가 마무리 될 즈음 집행위원 속에서 이례적인 박수와 환성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측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박수로 인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터키의 발표가 있은 후 투표에 들어갔고, 다음 개최지가 전북 무주로 발표되면서 회의장은 금새 축제장이 되었다.
유치단으로 참여해 모든 상황을 함께 했던 본인은 2017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무주 유치가 결코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송하진 도지사와 전북도의 치밀한 전략과 전술 덕분이었다고 단언한다.
송지사는 세계 대회 유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황 상황의 변수들을 미리 예상하며 체크 했고, 다시 그 변수들을 대륙별, 칼라별로 조합하여 지지를 이끌어냈고, 드디어는 전북에 유치한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제안한 전북의 모든 약속을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행위원들에게 인사를 한 대목도 송지사의 전략이었다. 그것은 매우 적절했으며 집행위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전략은 적중되었다. 정부가 전북을 보증한다는 것은 집행위원에게 커다란 신뢰를 안긴 것이고, 이것이 집행위원들의 탄성까지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전북과 문광부의 신뢰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간의 송지사와 전북도의 치밀한 전략과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제는 무주를 태권도원의 성지로 자리매김 시키고 이를 전북 발전에 접목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백운산자락에서 용트림하는 2017년 대회 준비와 사후 운영에 대한 야심찬 로드맵을 계획해놔야 할 것이다. 중국무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소림사에 가야하는 것처럼, 태권도인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전북 무주의 태권도원에 와서 수련을 해야 하는 태권도의 성지로 웅비하기 위한 계획 말이다.
전북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