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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청와대가 나설 차례
작성자 :
김현철
날짜 :
2015-07-14
지난 5월 중순부터 시작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30명을 훌쩍 넘기고, 격리자도 1천여명 이상 발생케 했으나 이제는 사그러들어 종식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여파가 주민들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점차 확대되어 경제성장률 마저 낮춰버렸다.
우선 왜 이런 사태까지 초래했는지 답답한 마음이며 정부는 왜 항상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아니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쳤으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해본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겪었고 그때마다 사후 대책을 세웠지만 일이 터질 때면 매번 새롭고 제자리였다. 그 중 하나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닐까 한다.
메르스는 신종 바이러스라 대응을 못 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널리 알려진 조류인플루엔자나 브루셀라 등 수많은 인수공통전염병을 경험했으면서도 발병할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고창에서 시작된 AI는 올 4월까지 김제·정읍 등지로 이어지며 지난 1년 반 동안 72건이 발생해 닭 220만마리와 오리 118여만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AI가 계절과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토착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원인규명을 통한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하지만, 도내 설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장비와 인력·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2013년 말 완공 이후 개점 휴업상태에 있다.
여러 번 지적됐지만 개점마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이유로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와 칸막이식 행정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으며, 여기에 연구소를 유치한 대학과 지자체의 자구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2006년 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와 브루셀라병이 발병하면서 피땀 흘려 키워온 소·닭·오리들을 땅에 묻어야 했던 당시 사후약방문으로 탄생한 게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이다.
질병에 걸린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여기에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인류에 대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경고성 메시지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중요성을 더했다.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그 예방이나 백신개발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큰 만큼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때문에 미국과 같은 감염증 선진국은 새로운 신종 감염증이 발생하더라도 민·관·산·학이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되어 있으며 막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사람과 관련된 질병은 질병관리본부로, 동물과 관련된 질병은 검역본부로 이원화돼 있다 보니 사람과 동물이 서로 전이되는 질병을 총괄하는 부서는 없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연구하는 정부의 담당부서도 없고, 그나마 대학의 연구도 학생교육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대응체계는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수차례 언급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도 좋다. 무엇보다 이미 구축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연구와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특정 분야의 연구에만 한정해서도 안 되며 특정 대학 인력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인수공통전염병 분야의 권위 있는 국가연구기관으로 거듭나 제 기능과 위상을 갖도록 이제 청와대와 국회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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