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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연락 없이 왔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시간 동안 김승환 교육감과 비공개 회담을 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했다는 언론보도에, 작년말부터 시작 된 누리과정의 기나긴 줄다리리가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문 대표로서는 당내의 인사를 둘러싼 내홍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시간내기였는지도 모르고. 그러나 도민들이 보기엔 그동안 보여준 김승환 교육감의 법과 소신이, 어느 누구의 말도 경청하지 않았던 원칙을 헌신짝 버리듯 할 수 있는 것은, 정당의 대표 그것도 전라북도의 정치를 장악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라는 사실에 필자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가? 지역의 국회의원 10명이 모두 나서 단체행동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돈이 없다. 국가에서 주어야 한다.”는 법률적 소신이었고, 지사와 도의회 의장과 의원들의 목소리는 메아리마저도 울리지 않았다. 이럴진데 누리과정의 애타는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농성과 감사청구 등이 눈과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결국 지난 15일부터 열린 전라북도 의회1회 추경심사의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교육청 추경안을 부결하였고, 22일 23일 예산결산특위와 본회의에서 교육청의 추경예산안을 최종 부결 처리했다. 법과 원칙 예산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명분으로 줄타기를 하던 김 교육감은 도의회의 추경안 부결로 인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문재인 대표가 날아왔다. ‘사전연락이 없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 ‘과연 그럴까 ?’라는 의문이 남지만, 우선 믿기로 하자.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는, “금년에 한해서는 타 시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우리 당이 미봉책으로 제안했던 해법에 따라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라고 했고, 김승환 교육감은 “결론 자체보다는 결론을 내는 과정도 중요하다. 누리과정예산은 전북을 넘어 전국 이슈로 변화됐다. 타 시도가 전북을 주시하고 있는데, 새정연과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늘(문 대표와의) 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다고 본다”라고 화답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도민들에게는 그렇게도 법과 원칙을 고수하던 김승환 교육감이 언제부터 정치인이 되었는가? 지역의 국회의원 모두가 호소하고, 지사와 도의장 의회, 누리과정 학부모단체 등 수많은 사람들이 김승환 교육감의 법과 원칙에 따른 소신을 꺾고자 노력했지만 마이동풍이었고, 관련 학부모 어린이집 관련자들의 항의와 농성도 무시하던 교육감이 …… 정치에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감이 야당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그 말에 수긍하고 그것을 따른다면, 지금까지 정부의 말과 전라북도 도의회와 지역 국회의원 도민들은 무엇이었는지, 법과 소신을 외치며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는 순교자적 언행이 모두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다는 말인가? 또한 김승환 교육감은 “오늘 공동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그래서 전북교육청의 입장을 정리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퇴로를 여는 화답을 하고, 이틀 후인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누리과정예산안 편성 제출”을 확인하는 언론플레이로, 문재인 대표에게는 약속을 지키는 화려하고도 재빠른 정치적 감각을, 도내 국회의원, 전라북도와 도의회, 그리고 도민들에게는 뒤통수를 내리치는 씁쓸함을 준 것이 아닌가? 물론 교육감도 정치적 행위도 발언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말이다. 교육감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육행정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인과는 그 차별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이다. 균형 감각이 필요 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 동양고전으로 홍자성(중국 명나라)이 지은 채근담이라는 책에 나오는 “거관 불애자민 위의관도(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 벼슬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의관을 갖춘 도둑일 뿐이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과연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