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스승 이르는 사전적 의미이다.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공경을 넘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속담이 있을 정도의 한국 사회가 교권의 추락을 넘어 붕괴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 교권침해 관련 뉴스는 이제 우리의 흔한 일상이 되었고 언제부터 인가는 여론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극한상황까지 내몰인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을 시작으로 대전, 전북 등 각지에서 발생했으며 이를 계기로 3년 전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2명의 교사가 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한국 교육 현장의 민낯이자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이 중 한 사건은 연필로 친구의 이마를 긋고 수업 중 소리를 치며 난동을 피워 수업 진행과 급우 친구들에게 피해가 커 훈계했다는 이유로 수십 통의 전화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법정에 서는 동안 교육청과 학교가 소극적 태도를 일관하였고 교사가 이를 혼자 감당하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또 군산에서는 학생의 살해 협박에 시달린 교사가 방검복 차림으로 출근을 하고 광주에서는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해 실신에 이르렀으며, 정년퇴임을 앞둔 선생님을 수업 중 몇 명의 학생이 둘러싸고 매로 때리고 웃는 뉴스가 보도되며 교권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그 당시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통령까지 나서 교권이 살아야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이 보장된다며 교권 보호 4법의 후속 조치와 함께 교사의 교권 확립을 통해 교육 현장 정상화에 힘쓰겠다 밝혔지만 올해 4월에 있었던 판결을 보면 여전한 상황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동급생에게 돌을 던진 학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초등학생이 “어쩌라고요”라며 대들자 화가 나 멱살을 잡은 50대 교사 A씨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멱살을 잡은 교사가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돌을 던지는 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교권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제지였음에도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학생 입장에서 친구를 괴롭히고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 등 어떤 조치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괴롭히고 교사에게 지켜야 할 예의나 교칙을 지키지 않은 학생이 적반하장격으로 이를 바로 잡고 힘없는 학생을 도와주며 지도를 한 교사를 법정에 세우는 현실에서 과연 학생들이 그런 교사의 권위를 존중할 수 있으며 그런 어른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싶다.

과거 기준이 없었던 교사의 훈육을 막고자 마련한 학생인권이 처음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그 도를 넘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생의 인권까지 존중하며 교사의 교권과 선량한 수많은 다른 학생들의 인권 및 학습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잔혹해지고 있는 학교폭력도 이와 조금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도 학교폭력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무서워서 기준선을 넘지 못했던 것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의 공교육, 교권이 무너지면서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하며 교단을 떠나고 있다.

교육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8학년도부터 초·중·고교 명예퇴직 교원 비율이 정년퇴직 교원 비율을 앞질렀고 2000년대 초반까지 전체 퇴직자 중 명예퇴직자가 10% 내외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초·중·고 전체 퇴직자 1만1천900명 중 55.4%에 해당하는 6천594명이 명예퇴직자였다.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명예퇴직의 가장 큰 이유를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로 뽑았고, 학생들도 교권 추락을 체감하며 매년 실시하는 학생 희망 직업에서 교사가 급감하고 있다. 심지어 “너무 힘들어 보여서”라는 사유와 함께 기피 직업에 교사가 등장하고 있다. 사전에서 마저 정의하고 있는 가르치고 인도해야 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학교나 교사가 재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에는 유난히 기념해야 할 날이 많지만 올해 스승의 날에는 창과 방패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전쟁터에 오롯이 화살을 맞고 계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또 교권이 조속히 확립되어 그들이 참 스승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의원 / 새전북신문 2024.05.09.(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