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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 다물라
작성자 :
김광수
날짜 :
2015-08-07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의지함이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trost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믿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혹시 그 사람이 배신하진 않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배신을 예방하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정부여당이 겉으로는 믿고 의지하라면서도 속으론 음모와 술수를 부리고 있으니 언제 배신할지 모를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별도로 떼어 공사화하고 서울에 그 사무소를 두겠다는 법률안을 냈다.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과 국회 부의장,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서명에 동참했다. 정부여당의 신뢰가 무너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입주했고 기금본부 신사옥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이러니 억장이 무너진다.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도민과 법률로 약속했다.
김무성 선거대책총괄본부장과 김재원 의원도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금운용본부 소재지는 전북으로 한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이듬해인 2013년 6월, 정치권의 투쟁과 도민들의 노력으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명시한 국민연금법이 통과됐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달 22일 전북혁신도시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신사옥 개청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으며, 바로 옆에 내년 10월 입주할 기금운용본부 신청사 공사도 한창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회부의장까지 나서 기금본부 공사화와 소재지 문제를 들먹이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 국민연금공단은 애초에 전북 몫이 아니었다. 전북으로 배정된 토지공사가 경남의 주택공사와 통합돼 일괄 이전하는 바람에 얻게 된 것이다. 이후 기금본부 소재를 전북으로 한다는 약속과 함께 관련법까지 개정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법률을 무용지물로 만들려고 한다. 기금이 500조원에 달하는 데다 앞으로 1000조, 2000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니 전북으로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LH 경남 일괄 이전에 따른 민심 달래기 용으로 약속했으나 막상 이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기금운용본부를 흔들어 서울에 잔류시키려는 이른바 금융 모피아의 음모와 정부여당의 술수가 수면위로 올라 온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발 소형태풍으로 넘기기엔 간단치 않다.
물론 지나친 우려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자동 소멸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어딘가 미심쩍다. 대선공약인데도 이와 상충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은 당청간의 교감이 있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후에 컨트롤 타워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우리지역 국회의원이 간사를 맡고 있고,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국회선진화법을 고려할 때 법률안의 상임위 통과는 희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에 안착하기까지, 아니 이전하더라도 끊임없는 흠집 내기는 계속될 것이다. 막대한 기금을 굴릴 수 있기 때문에 당·청이 호시탐탐 노릴 게 분명하다. 정부여당이 그간 도민과 약속한 신뢰를 저버린 일이 한 두 번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무신불립을 들어 백성들의 신뢰라고 했다. 신뢰가 없다면 국가는 존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기금운용본부 흔들기를 중단하고 전북이전 확약 입장을 명백히 밝혀 국가의 존립기반인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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