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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숫자 늘리기, 과연 민심을 아는가?
작성자 :
허남주
날짜 :
2015-08-04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자는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의원정수 조정문제가 연일 각도를 달리하며 논쟁이 불붙고 있다. “과연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가 ?”라는 대답에는 국민 57.6%가 “세비 절반을 삭감해도 의원정수 확대 반대”라고 대답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것을 전제로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반대 응답은 57.6%로, 찬성 응답 27.3%의 2배를 넘었다. ‘잘 모른다’고 답한 응답은 15.1%였다.”고 전하고 있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았으나 자신만의 독특함을 주장하며 상대의 정곡을 일갈하는 논변으로 전국시대 최고의 논객이자 정치사상가로 시대를 풍미한 맹자는, 동양적 논술서의 기원으로 불리는 서적 맹자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社稷次之君爲輕) 백성이 가장 귀하다, 사직(땅의 신 곡식의 신)을 맡은 정부는 그다음이고, 임금은 가장 가볍다.”라고.
통치자를 천자라고 부르던 당시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법한 말이다. 하지만 맹자는 이렇게 위대한 선언을 했다. 그래서 후대의 학자들은 맹자의 이 말을 민본주의의 출발 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맹자의 이 말도 국민이 정치적 행위결정의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후대의 학자들은 이를 통치자 중심의 정치의식 즉 왕을 중심으로 하고 백성을 통치의 대상으로 본 왕도정치라고 부른다.
법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전혀 특별하지 않아야 좋은 나라다. 함께 웃고 같이 울어주는 리더가 있다면, 그래서 쓸데없는 불평과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가?
논리적으로 이렇게 간단한데도 그런 사회가 되지 못하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 특권의식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사회의 가장 큰 특권의식을 가진 집단이 누구일까? 길가는 국민들을 세워 놓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대부분이 정치인, 그것도 국회의원을 손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200가지가 넘는 특권이 생겨난다고 한다. 먹고 자고 쓰는 비용은 물론 비서에 평생연금을 120만원씩 받는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그럴듯한 명분 “국회의원들이 자기 특권을 내려놓으면서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면 국민들은 당연히 정치 잘하고, 유권자표의 등가성을 재고하고, 공정한 선거제도를 만든다는데 왜 반대를 하겠나”라며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나섰다. 일부언론에서는 “국민 불신이 높을수록 국회가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옳다.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증원은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라며 옹호한다. 과연 그럴까?
전혀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국민여론은 압도적인 반대 입장을 보인다. 국민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과 다음 선거의 금뱃지만이 눈에 들어오길 원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문제점만 보여주는데 무엇 때문에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 주겠는가?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사랑하고 같이 울고 함께 웃으며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의원 수 늘리자는데 어느 누가 박수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앞서 이야기 한 맹자의 정치사상이,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면 보다 현실적인 실현방식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민주사회를 표방하는 오늘날에도 다음 이야기는 설득력을 지닌다.
“樂以天下憂以天下然以不王者未之有也(낙이천하 우이천하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천하의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즐기고, 천하의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근심하는 사람, 이런 사람 중에 왕 노릇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자리만을 탐내고 특권을 내려 놓지 않으면서 또 자리를 늘리려는 국회의원들이 잘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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