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이 지휘자의 손동작을 시작으로 각종 악기들이 협주가 시작되었다. 짜자자쟌~~~ 짜자자쟌~~~! 지휘자의 손동작은 바빠져만 가고 100여명의 악공들은 악보와 지휘자의 손 신호에 따라 각자 역할분담을 하며 일제히 소리를 뿜어낸다.
자세히 살펴보니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군, 목관악기(피콜로, 플루트, 오보에, 코랑글에, 클라리넷, 베이스클라리넷, 바순, 콘트라바순)군, 금관악기(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군, 타악기(팀파니,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 트라이앵글, 탬버린, 심벌즈, 실로폰, 글로켄슈필)군등, 4대 악기 군과 하프, 피아노, 오르간, 색소폰, 비브라폰 등 수많은 악기들의 특성과 음의 성격이 다른 것을 활용하여 지휘자가 그 특성들과 성격들을 모두 이해한 후, 각 악기들이 소리를 내야할 시점을 손 신호로 보내고 악공들은 지휘자의 손동작에 따라 열심히 소리를 내는 것 같다.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이다. 온 몸에 전율이 감돌고 때에 따라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다. 이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기에는 각기 다른 100여 명의 악공들의 협주가 있기에 가능하지만 가장 큰 공로는 그 많은 악기들이 소리를 내야 할 때와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할 때를 신호 보내며 악공들을 하나처럼 연결해준 지휘자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전라북도 행정의 구조를 살펴본다. 지휘부인 도지사 아래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가 있으며 부지사 휘하에 감사관실, 공보관실, 기획관리실, 도민안전실, 자치행정국, 농축수산식품국, 문화체육관광국, 환경녹지국, 복지여성국, 건설교통국, 소방본부, 경제산업국, 대외협력국, 새만금 추진지원단 등, 각 실·과·소에 1,864명의 공직자들이 각기 다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1,864명의 고급인력의 협무가 도지사의 지휘책임 하에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그 업무효율은 하늘과 땅차이일 것이다. 먼저 도지사가 1,864명의 공직자 모두의 역할과 기능을 이해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14개 ‘국’ 과 63개의 ‘부서 및 사업소’의 역할과 기능과 특성은 모두 이해한 후, 각 부서마다의 특성과 기능에 맞게 업무를 분배하고 조정해 간다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행정은 법률에 근거하여 우리네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많은 이해관계에 대한 집행권한을 행사한다. 한마디로 엄청난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아 급여를 받으면서 고용주인 국민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 단체장의 여러 가지 권한 중에 가장 으뜸인 권한이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지방 예산의 편성권한과 집행권한이다. 집행할 예산은 국민이 만들고 분배(집행)권한은 자치단체장이 갖게 되면서 자치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그 지역의 발전성과는 달라진다. 예산편성 시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승인의 권한을 갖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대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지방의회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에 어느 때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역량과 역할과 지도력이 필요할 때이다. 필자가 주민의 대의기관(지방의원) 역할을 10년째 하며 행정을 지켜본 결과, 자치단체장의 자질과 역량에 따라 그 지방의 발전 척도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다재다능한 만능인은 아니다. 그리고 혼자서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할 수도 없다. 다만 행정가로서 그 지휘 하에 있는 공직자들을 어떻게 조율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예산이 절감되기도 하고 지역이 발전되기도 하고 사업체가 늘어나서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하며 같은 예산을 쓰더라도 복지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더 늘어나기도 한다는 것은 경험하였다. 주인이 자기 곳간의 살림살이를 모르고 일꾼을 다스리는 지혜가 없으면 그 집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살림살이를 빼돌리고 주인 속이기를 밥 먹듯이 할 것이다. 그러나 곳간의 살림살이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면서 모든 일꾼들의 역할과 기능을 정확하게 꿰고 있는 주인에겐 일꾼들이 감히 속일 엄두를 내질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 은 악보를 머릿속에 모두 꿰고 있으면서 많은 악기들의 특성과 성격을 살려 손동작을 통해 악공들의 역할을 분담하고 조정하여 협주를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완성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 과 같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