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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릴 수 없는 깃발, 전교조!
작성자 :
이해숙
날짜 :
2015-10-07
1883년, 안팎으로 흔들리는 조선사회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함경남도 원산시 덕원부의 개화파 관리인 덕원부사 정현석과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조선 최초의 사립학교인 원산학사가 세워진 것이다.
학교 설립을 위한 기금을 국가가 담당한 것이 아니라, 덕원부의 사람들이 모여서 계모임을 조직하고 설립비용을 만들었다. 정현석·어윤중·정헌시 등 덕원부의 관리들이 각각 100냥씩을 내고, 향촌의 유지들 118명이 5215냥, 덕원주민들이 120냥을 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상업회의소인 원산상회소가 50냥을 기부했고, 심지어 중국, 영국, 미국 등에서 온 상인들이 700냥을 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운영경비를 비롯해 도서비용 등 학교의 공용비용도 모두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제공되었다.
이것은 조선의 민중들이 교육을 아이들의 배움을 넘어, 외세의 침입에 대한 자강의 근본대책으로서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우는 조선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교육이 가진 근대화의 기능과 국력신장의 수단이라는 기능을 통해 또 다른 조선의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이 구국운동의 축으로 자리 잡을 만큼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에 저항하고 국민을 계몽하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앞장 선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산하지 못한 일본제국주의 역사의 대가는 참혹했다.
광복이후 교육현장에는 비인간적이고 획일주의적인 일본 제국주의 교육의 잔재와 경쟁을 부추기는 서구식 교육 체제를 단순하게 도입하였고, 권위적인 군사 문화적 근대화교육 간의 혼합물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교육의 기반을 이루었다. 그렇게 교육은 정부이념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되었고, 교장을 위시한 권력구조 속에서 교사들이 촌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는 등 가장 맑아야 할 학교가 비리의 온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교사들이 일어섰다. 1986년 5월 10일, 약 450명의 교사들이 함께 모여 ‘교육민주화선언’등으로 교육계의 민주주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철저한 보장과 교사의 교육권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교육민주화선언’을 한 것이며, 지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근간이 되는 사건이었다.
그 사건이후로 교사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1527명의 교사가 교단을 떠나 거리로 나와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싸웠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함성을 울린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전히 1999년 1월 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국회를 통해 인정받았던 그 이전의 상태에 주저앉아 버렸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담당했던 그 모든 교사들의 외침이 정치적 이해가 담겨진 판결로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어두운 교실에서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린 채 교육으로부터 소외받고 있고, 여전히 교육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칠게 찢겨진 깃발일지언정 여전히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깃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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