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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처우 개선 시급하다
작성자 :
장학수
날짜 :
2015-08-31
노무현대통령 생전에 ‘사람사는 세상’ 홈피에 올린 “정치하지 마라”라는 글이 절실하게 생각나는 요즘이다. 며칠 전 대학을 다니는 두 딸의 자취방(원룸)을 찾았다. 속도가 느리다는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비좁은 방은 겨우 두 다리만 뻗고 누울 수 있는 정도였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얼마 전 넓은 방으로 옮겨 달라던 큰 딸의 성화를 외면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갑자기 회한이 밀려왔다. 스물 네살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기 전에 시작한 사업이 성공했다. 이후 노력한 만큼 성과가 뒤따라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2006년 마흔두살에 시작한 지방 정치인의 삶은 고행과 고난의 시작이었다. 지방의원의 역할이라는 게 집행부를 견제하며 예산 절감을 위해 시어머니 같은 잔소리꾼 역을 맡아야한 하는 자리이기에 스스로에게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 경영하던 건설회사를 기초의원에 당선된 뒤 처분했다. 오해받지 않고 의정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월급이라곤 급여 98만원, 의정활동비 110만원으로 매월 208만원을 받았다. 박봉인지라 고소득이 보장된 건설업을 포기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견제와 감시가 본분인 지방의원 신분으로 행정과 결탁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차츰 지방의원들의 처우가 개선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건설업 포기라는 바른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바른 길이란 험난하고 지난한 길의 시작이었다. 지도자로서 올바른 길을 선택했지만 그로인한 가난은 ‘무책임한 남편’ ‘무능한 아빠’ 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했다. 호화롭지는 않아도 열심히 산 덕분에 부족함은 없었던 20~30대 젊은 시절의 비축된 경제력은 정치생활 9년만에 ‘봉사’라는 이름으로 녹아 내렸다.
지금은 아이들 학비와 자취방도 정부 도움(대출)을 받아 아이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다고 자위하며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가슴은 답답하고 한숨이 나오는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지인이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비교적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이었기에 그 분의 말은 충격이었다.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애경사 초청 관행에 박봉으로 찾아다니기 힘들다는 푸념에 그분은 단호하게 말했다. “흰 돈이든 검은 돈이든 돈을 만드는 것도 정치력이고 그 정치력을 토대로 유권자들을 보살피는 것도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고.
바르게 하겠다고 전전긍긍하던 나는 쇠망치로 뒷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맨붕 그 자체였다. 도덕적 자부심과 봉사라는 긍지로 무책임한 남편과 무능한 아빠라는 비난 소리도 이겨왔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승진할 때 도와달라며, 계약을 성사시켜 달라며 봉투를 내밀 때 거절한 내가 정치력이 부족한 거였다니.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지방정치 현실을 둘러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지도 모르고 정치인의 호주머니를 털어내는 관행과 풍습만 탓했구나 싶었다.
수입과 지출 구조가 맞지 않는 구조에서 지방의회는 비리 양성소가 될 수밖에 없다. 배 고픈 제주가 제사를 정성스럽게 지낼 수 있겠는가? 제사상에 놓인 음식이 먹고 싶어 제사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내년 4월엔 총선이 있다. 아마 교수를 비롯한 입법, 사법, 행정직 고위 공무원 출신과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 그런데 전문직 종사자들은 국회의원에는 도전하는데 왜 지방의원을 통한 봉사는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전라북도의 1년 예산은 6조원이다. 전문직들이 지방의원으로 입성해 5% 예산만 절감해도 3,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도 지방의원들의 처우 개선과 현실화를 가장 반대하는 이들이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 자리보전’이라는 기득권 유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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