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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뒤틀린 역사를 강요하는가?
작성자 :
이해숙
날짜 :
2015-10-22
“후에 일어난 왕조가 앞 왕조를 미워하여 역사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은 무엇이든 파괴하고 불살라 없애 버리기를 위주로 하므로, 신라가 흥하자 고구려·백제 두 나라의 역사가 볼 것 없게 되었으며, 고려가 일어나자 신라의 역사가 볼 것 없게 되었으며, 이조가 일어나자 고려의 역사가 볼 것 없게 되어, 언제나 현재로써 과거를 계속하려 하지 않고 말살하려고만 하였다.”
조선의 선비, 단재 신채호 선생의 미완의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역사는 엮어 세운 시간의 틀 속에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가史家의 학문적 양심과 전문성을 통해 만들져 가는 현재 진행형의 결과물이다.
역사는 비록 과거를 다루지만, 현재를 인식하는 틀이며, 미래를 찾아가는 나침반으로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중시한다. 사실이 있으면 쓰고, 지도자의 공과는 엄정하게 평가한다. 역사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학문이 아니다. 이것이 사관(史官)의 정신이고, 사마천이 궁형(宮刑)의 치욕을 당하면서까지 꿋꿋하게 세운 사가史家의 정신인 것이다.
신채호 선생의 역사인식 또한 이러한 틀에 기반을 두었기에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게다. 이러한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동서양을 따로 떼어둘 수 없다.
'역사교육은 애국심을 강화하고 민족적인 동일성을 강화, 공적인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젊은 세대 육성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되어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과서 선택은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필요에 기반 해서는 안 된다. 역사 교과서(내용)의 선택은 역사학자에게 맡겨져야 하며, 특히 정치가 등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피해야 한다.’
UN이 2013년 제68회 총회에서 발표한, 바람직한 역사교육의 지침 내용이다.
바람직한 역사교육은 학생들을 과거와 현 사회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판적 역사의식을 가지고 보다 건강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사회 구성원으로 키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역사과정을 폭넓게 접하고 다양하게 탐구함으로 그 속에서 자기 인식을 기르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과 조정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여당에서 진행하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고,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이며, 역사인식은 물론이고 도의도 없고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행위일 뿐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민의 과거 기억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단지 교과서 편찬제도의 퇴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다.
그것은 또한 학문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결과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를 거쳐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성취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정부 여당의 무리한 국정화 추진을 통해 역사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가려는 사회적 논의는 실종된 채 구태의연하고 비상식적인 이념 대립만이 횡행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똑똑히 바라보기 바란다. 이 모든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성공의 절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고, 역사 속 실패의 절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되었다.’ 는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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