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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난방(衆口難防)
작성자 :
박재완
날짜 :
2015-12-14
중국 주(周)나라 때 여왕(?王)이라는 폭군이 백성들을 탄압하자 소공(召公)이라는 자가 폭정을 그만둘 것을 임금에게 간언했다. 하지만 폭정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는 자들을 찾아내기에 바빴다. 폭정에 대한 백성들의 불만은 극심했지만 겉으로 표출될 수 없었다. 당연히 임금의 귀에 들리는 불만은 없었고 임금은 이것이 태평성대라며 만족해했다. 여기에 대해 소공은 단지 비방을 막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의 흐름을 막는 것보다 어려우니 물을 위하는 자는 물길을 터주고, 백성을 위하는 자는 백성이 말할 수 있도록 언로(言路)를 터주어야 한다”고 충언을 고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는 말은 바로 이 소공의 고사(古事)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인 용례를 보면 중구난방은 여러 사람이 각자 자기 할 말을 어지럽게 내뱉는 상황을 두고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본래의 제 뜻은 크게 다른 것이다.
소공이 임금에게 올린 충직한 간언은 요즘의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이 정부에 호소하고 요구하는 문제는 태산같이 쌓여 있는데 누구 하나 진실로 경청해주려는 자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 더 크게 외치는 것인데 목소리를 높일수록 시끄럽다며 면박을 주는 형국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말길이 생기는 것이고 그것이 소통인데 오히려 말을 막고 호통을 치니 말길이 트일 수도, 소통이 될 수도 없다. 중구(衆口)는 난방(難防)이 아니라 가방(可防) 즉, 능히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힘으로 뭇 대중들의 입을 막고 언로를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은 동서와 고금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적인 진리다. 이른 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시민들의 주장과 요구를 틀어막지 않는 것도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물론 폭력시위는 법적으로나 사회 정서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칠게 저항하는 이유와 배경을 간과한 채 폭력적 방법과 수단에만 초점을 맞춰서 비판을 가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왜 그렇게 하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폭력적이라고만 매도하는 것은 거리 위의 정치적 행위를 탈맥락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사정은 생각하지 않은 채 행위 자체만 두고 몰아세운다면 이를 올곧게 수용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복면시위 금지에 대해서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은 가면으로 응수했다. 시위방법에 있어서도 폭력적인 수단과 방법은 일체 배제됐다. 그러니 차벽이나 물대포 같은 과잉진압이 먼저냐 폭력시위가 먼저냐의 돌고 도는 논쟁도 끼어들 여지가 없어졌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정부는 가면도 복면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서 엄단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반면, 정부는 어떻게든 입을 막아보려고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얘기 좀 들어달라고 하는 백성들을 두고 극악무도한 이슬람 극단주의집단 IS에 빗대어 얘기하더니 이제는 가면마저도 IS의 전유물 취급을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좋은 것은 흐르는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순리다. 순리에 따르는 것만큼 상선(上善)은 없다. 국민들의 목소리(衆口)도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이 흘러야만 물이고 그것이 순리인 것처럼, 국민들의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와 말길을 이루고 그것이 위정자들의 귀에 닿아야 한다. 그것이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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