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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수능인가?
작성자 :
장명식
날짜 :
2015-11-27
고교 3년 간 당락을 결정짓는 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졌다. 언론은 앞다퉈 올해 수학능력 시험 난이도가 지난 해 보다 더 높다고 보도했다. 당일 모든 언론매체와 국민의 관심은 수학능력시험에 집중됐다. 이는 수능이 단순한 학업 성취 평가를 넘어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서열을 가늠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수능을 잘 치러 좋은 대학에 가길 기대한다. 수능 시험을 잘 치르면 초,중,고 12년간 노력을 인정받을 뿐더러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와 별개로 인정받고 싶은 부모들의 욕구도 있다.
자녀의 우수한 성적을 주변에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자녀와 함께 수험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이웃들의 선망어린 시선을 통해 심리적 보상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깔려 있다. 신분 상승과도 같은 우월감을 자녀의 시험성적을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의 대리만족이다. 자녀를 통해 간접적으로 성취감을 얻고, 자신이 꿈을 이룬 것 같은 환상에 젖는다. 그래서 집안 형편을 들먹이며 변명하고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결국 공부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시험성적에 따라 가정에서 대우가 바뀌고 나아가 학교와 사회에서까지 차별 받게 된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면 학교 정문에 플랑카드가 걸린다. 자녀들 경쟁이 끝나면 부모들끼리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동창회, 동문회, 이웃사촌 가리지 않고 자랑하고 과시한다. 호응이 클수록 과시 욕구도 커진다. 마치 인생의 승리자인듯 치켜 세운다. 본래 시험의 의미는 학업 성취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분발하도록 객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과정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수학능력 시험은 공정한 것으로 여긴다. 수 십만 명이 같은 시간에 동일한 시험을 치르니 공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은 공정을 가장했을 뿐이다.
수험생마다 능력과 자질이 다른데 몇 몇 과목에 한정시켜 일률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공정의 오류다.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도 국어, 외국어, 탐구 과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지원할 수조차 없다. 결국 수능은 개인의 고유한 특질을 무시한 채 서열을 매기는 계급 수단으로 변질됐다. 학생들은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의무감에서 공부를 한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수학능력 시험을 치러야 하는지는 뒷전이다. 장래를 꿈꾸기보다 기계적으로 공부만 한다. 그들에게 수능 시험은 미래를 향한 과정이 아니라 당장의 압박과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탈출구에 불과하다.
그래서 매년 수학능력 시험이 끝나면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매년 실시되는 수능 시험을 한 번 망쳤다고 한창 꽃피워야할 목숨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수능 시험을 과정이 아닌 인생의 종착지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수능 뒤에는 더 힘들고 어려운 고난이 있다. 그러한 숱한 과정을 수없이 거치고 담금질한 뒤에야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멀리 보는 눈과 지혜가 없다. 부모 품안에서 자라온 탓이다. 스무살을 목전에 둔, 이 겨울 수능 시험은 학생들에게 묻는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고.
수능 시험은 의미가 퇴색된 채 부모들 간 서열을 가르는 척도가 됐다. 아마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들었을 말은 “수능 시험을 잘 보면 좋은 대학에 가고, 그동안 놀지 못했던 시간을 원 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공부만 열심해라”는 판에 박힌 대사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대학은 이상과 달라 실의에 빠지고 끝내는 학교마저 그만두는 상황이 빈번하다. 단지 지금 공부를 독려하기 위해 확실치도 않은 달콤한 말로 미래를 담보 잡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부모의 체면을 살려주는 수단으로서 수능을 돌아봐야 한다.
나는 묻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수능 시험인가. 자녀를 위한 수능인가, 아니면 부모를 위한 수능인가. 주변 시선과 자신의 체면을 우선시하기 전에 자녀의 마음을 다독여야 할 때다. 날개짓을 시작하는 어린 새를 부담과 압박감으로 새장에 가두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창공을 마음껏 날수 있도록 새장을 열자. 그것이 자식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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