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기 링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및 주소,전화번호 안내 바로가기

행정사무감사 단상(斷想)

작성자 :
박재완
날짜 :
2015-11-16
전투에서 공자(功者)는 방자(防者)보다 최소 세 배 이상의 전투력을 갖추어야 성공적인 공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공자는 방자가 지키고 있는 진영으로 들어가서 전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고, 이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이다.
전라북도의회에서는 지금 2015년 행정사무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행정사무감사는 행정기관의 과오나 실정을 찾아내서 다음에는 동일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정활동의 꽃이다. 농사로 치면 1년 추수를 하는 셈이고, 회계로 치면 1년 결산을 하는 것과 같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집행부는 만반의 방어태세를 갖추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방대한 자료요구에 대응해야 하고 예상 질의사항을 궁리해서 정리하다 보면 야근이 다반사라고 한다.
집행부가 방자라면 도의회는 공자다. 그래서 매년 행정사무감사 시즌이 되면 의회는 각 상임위와 개별 의원 그리고 사무처 직원의 모든 역량을 행정사무감사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전라북도의회가 총동원체제로 가동되는 셈이다.
물론 행정사무감사가 전투와 같을 수는 없다.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가 전투에서의 공자와 방자 사이의 관계와 같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에는 정보력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행정을 집행하는 각 부서에서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반면, 의회 입장에서는 개별 사안에 대해 꼼꼼히 검토하는 세심한 노력이 없고서는 문제점 파악이 어렵다. 모든 자료를 쥐고 있는 집행부가 방자로서의 이점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집행부 입장에서는 과오가 드러날 만한 가능성이 있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료요구에 순수히 응하지도 않는다. 부실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심지어는 자료제출을 지연 또는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일회적이지 않고 해마다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시정을 요구하고 언성 높여 질타도 해보지만 개선 정도는 미미하다. 행정기관의 보수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점이 문제가 되어 논란이 있었다.
편의상 행정사무감사를 전투에 비유하긴 했지만 행정사무감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정의 투명성과 공공성,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도정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의회와 집행부가 상생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에 다름 아니다. 일방적인 비판과 견제를 하자고 도의회에서 날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과오를 드러내서 선정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행정사무감사 ‘총동원령’체제가 가동되는 것도 아니다.
전투의 결과는 승리 아니면 패배다. 결과가 중요할 뿐이다. 행정사무감사는 다르다. 승리와 패배의 이분법 자체가 없다. 설령, 집행부의 실정을 찾아내고 질타를 한다고 해서 이것을 의회의 승리이자 집행부의 패배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행정사무감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으로서의 행위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감사결과를 채택하면 집행부는 이에 대한 사후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는 중요한 문제지만,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사안과 도정의 주요 정책에 대해 의회와 집행부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이제는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집행부의 시선이 전향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과정으로서의 감사, 도정발전을 위한 감사, 그리고 의회와 상생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서 행정사무감사를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차원에서 자료작성의 정확도를 높이고 자료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태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시쳇말로 집행부의 민낯이 드러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