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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 부탄, 우리에게 말을 걸다
작성자 :
강영수
날짜 :
2016-01-06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산악국 부탄은 100년 전통을 가진 왕국이다. ‘은둔의 나라’로 불리던 이 농업국이 최근에는 ‘행복의 나라’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72년, 당시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직메 싱게 왕축 4대 국왕은 “나는 GDP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총행복!
국민총행복이라는 개념은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개발’, ‘히말라야 자연 보호’, ‘유형·무형문화재의 보호와 발전’, 그리고 ‘좋은 통치’를 통해 구체화 된다.
부탄 국민행복지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직메 틴레총리는 인터뷰에서 “나라의 발전과 성장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무리한 개발은 하지 않는다. 산업발전보다 자연환경을 우선하고 생활 속 전통문화를 지킨다.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다.
부탄연구센터 가르마 우라 소장은 “경제적인 윤택함을 위한 생활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희생되고, 자연을 접촉하는 기회가 줄게 되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근대화가 초래하는 폐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근대화를 주의 깊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
물론 부탄에도 빈부의 차는 있다. 다만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5개년 계획을 통해 빈부차를 확실히 없애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사업으로 질 높은 교육과 의료서비스가 기본으로 마련되어 있다.
좋은 교육은 나라를 발전시킬 다음 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이자 투자라고 생각한다. 부탄 정부는 국민에 대해 근대적인 시설을 갖춘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점성술이나 푸자 등의 전통의료를 받아도 좋다는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근대적인 의료도입으로 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고, 16퍼센트였던 유아 사망률은 4%까지 떨어진 성과를 올렸다.
‘히말라야의 자연환경 보호’에 관해서는 지극히 만족할 만한 상황이고 인구 증가와 산업발전 속에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녹지율이 상승하는 나라다.
부탄인의 생활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지만 ‘불교적인 가치에 기인하여 전통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국제 사회에 적응해 현대적으로 변화한다고 해도 부탄은 부탄이다.’, ‘유형·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추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린다 리밍은 『부탄과 결혼하다』의 부제로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로 묘사했다.
비록 지금은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부탄은 여전히 자기만의 속도를 지향한다. 부탄은 산업혁명이 비껴간 곳이다.
부탄은 수십년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BST(Bhutan Strechable Time, 부탄유동시간)로 알려져 있는 방식으로 생활한다. 가령 오전 10시에 만날 약속을 했어도 1시간 전인 9시부터 시작해 2시간 후인 12시까지가 모두 약속시간에 해당한다.
당신에게는 많은 여유시간이 있는 것이다.
부탄에는 택시와 지하철이 없다. 대부분 비탈길이라서 자전거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전통과 문화가 있다. 부탄을 취재한 사이토 도시야와 오하라 미치요는 “일본에서는 거리 풍경에서 ‘이게 바로 일본의 문화다. 전통이다’라고 느껴지는 것이 거의 없다. 한국이나 중국이라고 해도 될 만큼 특징이 없는 무국적 풍경”이라고 기술했다.
이와 대조적인 부탄의 모습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통 건축의 공항 건물을 볼 수 있고, 여권을 확인하는 출입국 관리 직원과 관광 가이드는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전통문화를 지키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부탄, 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라 전체가 일종의 테마파크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고와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성장’과 ‘근대화’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꿈이지 않았던가? 희망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라고 했고, 프랑스는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렀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낳은 풍요의 시대는 전쟁과 공황의 덫에 걸렸다. 가녀린 꽃들은 사라졌고 넘쳐나는 실업자들이 거리를 가득 매웠다.
이로부터 수많은 교훈들이 있었으나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시장 효율성’과 ‘고성장’의 논리에 다시 묻혔다. 다국적 기업들은 경쟁을 토대로 하는 파괴적인 시스템으로 경제, 문화, 자연,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빛의 속도로 질주한다.
돌이켜보면 개발의 이름아래 우리도 먼 길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경쟁과 성장의 외길에서 뒤처지기도, 억눌리기도, 파괴된 자연도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있다.
‘사회양극화’, ‘근로빈곤층’, ‘고용없는 성장’, ‘칠포세대’, ‘니트족’, ‘노인빈곤’, ‘자살’,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풍요와는 어울리지 않는 용어들이 즐비하다. 노동의 즐거움 대신 ‘고통’스럽게 하는 일들이 입에 오르내린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는 전통 기술과 문화가 계승되지 않았을 때 지역 사회와 마을의 지속 가능한 체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개발과 성장위주의 문제들이 분배불평등을 야기시킨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부탄에 비하면 1인당 GDP의 10배쯤 되는 한국, 1997년 IMF 사태에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위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각종 사회적인 문제를 안은 채 한국사회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공자는 “맨손으로 범을 잡고 맨몸으로 황하를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함이 없는 자와는 나는 함께하지 않는다(暴虎馮河, 死而無悔, 吾不與也)”고 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일을 신중히 다루고 면밀한 계획을 세워 성과를 거두는 사람을 쓰겠다는 의미이다.
근대화가 초래하는 폐해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산업의 근대화, 현대화, 정보화를 주의 깊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탄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라의 발전과 성장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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