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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농정은 탈출구가 될수 있을까
작성자 :
한완수
날짜 :
2016-02-11
민선 6기 전라북도가 출범하면서 농업정책이 전북도정의 전면에 배치됐다. 그간 농도(農道) 전북으로서 농업정책의 중요성은 숱하게 강조되어 왔지만 정책결정권자가 이렇게 강한 의지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걸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농민들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임실군 농민들의 농심을 대변하는 도의원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송하진 지사가 강조하는 ‘삼락농정’이 전라북도 농업의 향후 50년, 더 나아가 100년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마일스톤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지속가능한 농업 위한 생태계 필요
하지만 전라북도라는 지역적 틀을 벗어나 농업정책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로 시야를 돌려보면 삼락농정의 성패여부는 낙관적이지 않다. 외적으로 보면,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무역장벽이 무너졌고, 몬산토를 위시로 한 탐욕의 다국적 식량기업들과 미국, 유럽, 중국 등 이른 바 패권국가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국제 통상질서를 재편해나가고 있다. FTA나 TPP가 그 결과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울러 이러한 협정들이 현존하는 국제통상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세계 곳곳에 밀물처럼 밀려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상정책과 농업정책이 전략적이고 치밀해야 하며 교활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대한 물결은 이미 엄연한 현실이 되어 버렸고 당분간은 ‘불가역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거대한 물결을 전략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대처하는 순간 우리나라의 농업은 순식간에 거대한 물결에 휩쓸리고 말 것이며, 우리나라 농민은 천하지대본이 아니라 천하지말(天下之末) 즉, 세상의 가장 끝자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갈팡질팡이다. 일각에서는 다국적 기업들과 패권국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국제통상질서를 우리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니 농산물 시장 개방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무역이득공유제의 본격적인 논의는 차라리 기대난망이다.
농업정책 역시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친농업정책이 아니라 반농업정책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은 지난 20년 간 계속됐고, 2015년은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으로 한 해를 열기도 했다. 쌀 재고가 쌓여 쌀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용할 밥쌀까지 문을 열어주었다. 한 마디로 갈팡질팡이며 첩첩산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락농정이 전북농업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문(愚問)일지 모른다. 현답(賢答)을 찾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세계체제를 작동시키는 거대한 힘과 우리나라의 ‘줏대 없는’통상정책 앞에 삼락농정이라는, 어느 작은 지방정부의 농업정책은 그저 김빠진 구호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반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희망은 로컬(local)에 있다는 역설처럼, 삼락농정과 같은 지역 주도의 농업정책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긴 호흡으로 전북농정 기초 제시해야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민선 6기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전북 농정의 기초를 제시한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전제이긴 하지만 삼락농정이 진정한 삼락으로 이어지려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어려울수록 길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첩경이다. 그 과정에서 현답도 찾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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