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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맞는 비

작성자 :
이해숙
날짜 :
2016-02-03
얼마 전 타계하신 신영복선생의 말씀이다.
‘비 맞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우산을 씌워주는 일이 아니고 함께 비를 맞아주며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는 것이다.
#1.농촌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엔 쓸쓸함만이 감돌고 있고, 둘러보아도 허물어지는 담장들과 허리 굽은 노인들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며, 그마저도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다 보면 이제 마을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에 달려 있는 듯 보인다.
#2교육부가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단다.
이유는 지방교육재정 효율화와 교육과정 정상화라고 말하지만 ‘돈’ 때문이다.
교육부의 권고사항에 따르면, 전교생 수가 100명 미만의 학교가 초·중·고를 합쳐 361개교에 이르고 있고, 심지어 전교생이 50명도 되지 않는 학교가 238개교에 이르고 있는 전북의 경우 전체 40%(310개교)의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그리고 이 학교들은 농촌의 한 중심인 시군의 읍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3루소는 형식에 얽매인 학교 교육은 사회의 악덕을 배우게 해서 인간 본연의 선한 본성을 가리므로, 어린이는 자연 속에서 감각, 사물, 육체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시골의 학교들은 교육청의 자산이라고만 주장할 수 없다.
재산의 등기야 교육청으로 되어 있을지 몰라도, 학교 하나하나는 지역과 마을의 구성원들이 함께 땀 흘려 만든 것이며, 건물 그 자체의 소유는 교육청일지 몰라도, 사람들의 기억과 마을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지역의 구심체이자 문화의 중심지며 교류와 어울림의 터전인 것이다.
#5배움은 교과서 너머에 있다.
배움의 목표가 대학입시에 천착되면서 우리 아이들의 불행은 커져만 갔다.
시골 학교는 마을의 공동체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인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환경들을 가지고 있다.학교는 동무끼리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곳이다.
무리한 통합보다 ‘혁신학교인 군산의 회현중학교’처럼 지역별로 특색 있는 학교를 육성해 성공한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 각 학교 별로 지역과 결합한 특성 있는 학교로 탈바꿈할 때 도시의 학교들이 채우지 못한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대안적 교육이 가능한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6운동회가 마을 전체의 축제였던 적이 있었다.
모두가 손잡고 운동장을 뛰고 돌았던 우리들의 학교는 삶의 공간이요, 터전이었다. 우리들의 공동체의식을 기르는 문화적인 공간이었고, 공동체 의식을 가꾸는 교육의 장이었다.
작은 학교 통폐합은 학교 한 두 곳을 폐쇄하는 것을 넘어 우리들의 삶의 기억을 빼앗고, 우리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해체하는 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작지만 단단한 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시골의 작은 학교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는 것, 그것이 ‘비를 함께 맞는 일’이 아닐까?
“마을의 꽃이고 미래인 떠나간 어린이들이 꽃잎 흩날리며 돌아올 날 기다린다.” 사라지는 시골의 학교들을 안타까워하시던 신영복선생께서 ‘변방에서 희망’을 구하고자 하시던 그 뜻을 되살펴볼 일이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