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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본색
작성자 :
이해숙
날짜 :
2016-02-01
새해 들어 누리과정 예산의 파행은 모두의 근심이 되어버렸다.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의 실패로 살림은 더 어려워지고, 임금은 오르지 않은 채, 고용까지 불안한 마당에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인 누리과정 무상보육까지도 휴지조각이 되어갈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누리과정 예산 파행 책임은 과연 누구한테 있다고 보는가. 전적으로 박근혜대통령에게 없다고 볼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이 20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정부가 책임지는 무상보육으로 국민과 약속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 그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누리과정도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니 시·도교육청에서 그 예산을 감당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누리과정은 교육이 아니고 보육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관할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관할 사항이며,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에서 관할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청에서 국가의 예산으로 집행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거짓말로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면서 문제의 본질을 감춘 채 시·도교육감들을 모함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철수의원이 또 다시 박근혜대통령의 손을 들고 말았다.
안 의원이 지난 22일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한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기싸움 벌이지 말고, 시·도교육청이 예산 세워서 부모와 교사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일”이라는 발언은 누리과정 파행의 본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권력자의 뜻을 받들려는 태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안철수의원은 지금의 누리과정 파행사태가 시·도교육감이 예산을 세우지 않아서 생긴 일이며,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이 기싸움을 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거리에 나서서 서명까지 하시느라 애쓰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애틋하신 마음이야 이해가 될 법도 하지만, 행정부의 수반이 국민과 대화할 줄 모르고 관제데모를 통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행위조차 정당하게 이해되고, 안타까움으로 비춰지는 모습에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는 그 민낯을 드러낸 듯하다.
안철수 의원에게 묻는다.
첫째, 2012년 9조 원 대였던 전국 시·도교육청의 부채가 누리과정의 예산을 교육청에 미루면서 2015년 17조 원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둘째,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세우면서 공교육의 교육지원 사업이 줄고 있고 그로인해 외국어지원 사업 등이 폐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셋째,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공교육의 교육시설비가 줄어들면서 한 여름에도 선풍기 한 대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의 싹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망령됨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정의를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말 많은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믿음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다” 공자(孔子)의 사이비론이 엉뚱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마치 국민을 생각하는 척 하면서 권력자의 편에 서서 대통령의 꿈을 꾸시는 정치인들이, 공자가 경고한 사이비(似而非)인 것이며, 국민의 편인 척하는 사이비 정치인들이 국민에겐 더 치명적 위험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한국 야당의 심장 호남에서나, 호남사람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낡은 깃발을 든 영웅의 본색’은 대선도 시작하기 전에 드러났다. 그런 수준의 정체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호남에서가 아니라 영남에서 찾아야 마땅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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