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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작성자 :
강영수
날짜 :
2016-01-29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포근했던 날씨가 갑자스런 폭설과 강추위로 전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불어닥친 한파의 원인을 북극냉기의 차단벽인 제트기류 변화에서 찾는다.
제트기류는 북극이 추울수록 강해져 북극 찬공기를 둘러싸는 창공의 성벽이 되지만 북극이 따듯해지면 상층의 기압차가 적어져 약해지면서 북극 냉기가 중위도까지 빠져나오게 된다.
올해는 북극 얼음면적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북극 온난화가 특히 심해지면서 북극한파가 직접 한반도 상공까지 덮친 것이다.
전라북도는 폭설까지 내려 ‘설국’으로 변했다.
전북 부안군 줄포면에 39.5센티미터, 전북 정읍에 36.5센티미터 등 30센티미터 넘는 눈이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축사지붕은 주저앉고 비닐하우스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폭설과 강추위는 겨울 새들에게도 힘겨운 도전이다.
‘최강한파’속에 산과 들, 강들이 눈으로 덮이거나 얼어붙었다.
겨울철새의 여왕 ‘큰고니’, 텃새이자 겨울철새인 물닭, 먹이를 찾아 얼지 않은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아침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에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어디 겨울새만 그러하겠는가. 우선 당장 폐지를 주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노인들은 눈덮인 도로가 막막하기만 하다.
재산이 없고 노동능력도 없는데 일정 소득을 가진 자식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는 노인들의 현실은 자괴감과 함께 우울함을 달래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과 여관?고시원을 전전하는 가정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위해 땀흘리는 알바생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들, 원룸을 떠도는 ‘난민’이 된 청년들, ‘가능성을 잃은 청춘’은 ‘미래를 잃은 나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더욱 긴장되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눈덮인 도로에 나서야 하는 장애인, 경제위기로 가족해체와 함께 거리로 나앉게 된 노숙인, 엄동설한에도 쉬운 해고를 반대하며 2백여 일째 고공농성 중인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213차 수요집회와 “위안소는 무슨 위안소냐, 사람 죽이는 사형장이지”라고 증언하는 할머니들...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떤 눈으로 비추어 질까? 얼지 않은 강을 찾아 헤메고 있는 겨울새는 아닐는지. 들녘 한 가운데 새찬 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허름하기 짝이 없는 옷하나 걸치고 곧 쓰러질듯하게 기울어진 허수아비는 아닐런지.
우리가 ‘노블레스 오불리주’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어느 가진 자, 권력자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기 것을 내놓는 모습을 보기란 참으로 어렵다.
나눔은커녕 사익에 너무도 밝다.
메르스 부실대응으로 국장과 실무자 등이 감사원 징계처분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 책임자였던 장관은 4개월 만에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총리나 장관 등 고위직 검증과정에서 나타난 병역면제와 상속?증여세 등의 탈법?불법 행위,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장악, 지도자들의 공익정신과 재벌대기업의 상생과 공적 가치는 사익과 불법, 독점에 압도당하고 있다.
보수가 현재의 지배체제를 지키고 싶다면 우리사회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내보여야 한다.
나아가 소외받고 있는 이웃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과 존엄, 인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문화적 제 권리를 촉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웃이 적정한 대우를 받을 때 자신도 상응하는 대우를 받게 되지 않겠는가?
공동체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사회야 말로 ‘나쁜 공동체’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지금 한파속에서도 동요가사에 나오는 ‘눈꽃?눈송이’를 피워낼 수 있는 사회와 이웃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폭설과 한파속에서 피어난 눈꽃, 눈송이! 공적노력과 함께 사적인 ‘겨울천사 마음’이 온 들녘에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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