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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베드라, 파격의 교훈
작성자 :
한완수
날짜 :
2016-03-10
거리는 도시 구성원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교류와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도시가 지닌 역동성의 원천이다. 그런데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이 도시공간에서 거리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자동차 수가 급증하면서 야기된 폐해 중 하나는 ‘거리’의 실종이다. 도시는 이미 자동차에 의해 점령당했다. 그러니 ‘사람의 거리’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고, 도시의 역동성이나 활기라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건물과 차도, 단지 걷기용에 지나지 않는 인도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없는 도시 조성 성공
우리가 현재 거리라고 부르는 대상도 실상은 거리가 아니라 온전히 자동차를 위한 길에 지나지 않거나 건물의 부속물에 불과하다. 자동차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으니 거리에서 목격되어야 할 도시 구성원의 다양한 활동과 행위가 모조리 건물 안으로 밀려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건물의 외관도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표정이 아니라 사람을 차단시키거나 안으로 가두겠다는 위압적인 태세를 갖추고 있다. 도시의 풍경이 삭막한 이유다.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인다고 해서 도시의 역동성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나 부산에 가면 역동적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혼잡을 역동성으로 혼동하는 것이다. 그런 왜곡된 역동성은 도시에 돈이 들어옴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자동적으로 수반되는 혼잡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도시가 즉, 돈 많고 건물 공실률도 적으며 으리으리한 마천루가 들어선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착각한다. 아직도 개발지상주의 환상에 머물러 있는 탓일 게다.
그런데 최근에 자동차 없는 도시 조성에 성공한 해외 사례가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스페인 폰테베드라시(市). 인구 6만5000명의 중소도시인 이 곳은 애초 자동차 이용이 활발해서 담배 하나를 사러 갈 때도 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15년 전 현 시장이 부임하면서 도심에서 차가 굴러다니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야말로 파격 실험을 감행했다. 외곽에 8만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설치하고 도시 안에서는 걷거나 자동차 이외 교통수단만을 이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차가 점령했던 도시는 사람의 거리로 바뀌었고, 골목상권 부활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생활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생겨났다. 물론 시민들의 반발은 무척 거셌다고 한다. 그 반발의 정도가 겪어보지 않고도 능히 짐작할만하다. 그리고 시 당국의 처절하고 끊임없는 노력의 정도도 어느 수준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폰테베드라를 접하고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첫째, 우리 다리가 되어주는 자동차가 이제는 기능적 활용도를 넘어 거리를 실종시키며 도시풍경을 사막처럼 왜곡시켜 버리는 해악이라는 것. 둘째, 이러한 해악을 깨닫고 파격적 실험을 한 폰테베드라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는 것. 끝으로, 단체장의 성공적인 리더십이란 실상 대단하고 영험한 어떤 막연한 힘이 아니라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지루하고 고된 노력의 과정이라는 것.
되살린 사람의 거리, 풍경 바뀌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고, 거리 위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뛰노는 아이들과 장사하는 사람들이 거리 위에서 섞여 어우러지며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우리도 이런 도시를 가질 수 있게 될까. 우리도 폰테베드라시의 파격적 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사람의 거리를 되살릴 수 있을까. 이 문제가 가능한지를 따져보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풍경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성찰해보는 일이다. 그렇게 도시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정해진다면 폰테베드라시의 파격적 실험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 혹, 불가능이나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파격의 교훈을 일깨워주며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폰테베드라를 들여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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