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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성공하려면, 줄탁동시
작성자 :
김현철
날짜 :
2016-06-16
병아리가 알 속에서 나올 때 아직 여물지 않은 부리로 사력을 다해 껍질을 쪼는 것을 줄( )이라 한다. 어미 닭은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바깥에서 부리로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한 생명이 온전히 탄생하기 위해서는 줄( )과 탁(啄)이 동시에 일어야 한다.
귀농귀어, 귀촌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줄탁동시가 요구된다.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론 실패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도시·농촌 생활 차이 인식해야
먼저, 귀농귀촌인들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대부분 도시의 각박한 삶에 싫증을 느껴서, 농촌의 여유로움을 한껏 기대하며 시골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다. 정년퇴직을 하거나 중도 사직 및 사업포기 후 시골을 택한 분, 마냥 시골이 좋아서 오신 분, 건강상 이유로 오신 분, 농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분 등등, 사연은 여러 가지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도 많이 있다. 농산물을 한가득 안고 환하게 웃으며 억대 농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귀농인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강의를 다니는 분들도 있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ОО댁”을 부르며 지역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집도 있다.
하지만 농촌생활이 녹록치 않음을 고백하며 적응에 실패해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해도 시골 생활이 빠듯하다. 다시 돌아갈 터전을 마련하지 못해 마지못해 남아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 전북도가 지난 2010년에서 2012년에 이주한 4411세대를 대상으로 정착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시로 되돌아간 세대가 2010년 53세대, 2011년 137세대, 2012년 175세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귀농·귀촌한 세대의 8.3%가 역귀농한 것이다. 우선은 도시와 농촌의 생활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어야 했다. 농촌에서는 이웃의 도움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도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어렵다.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구조다. ‘어울림’이 귀농인이 우선 노력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단지 감정적으로 기대에 가득 찬 농촌생활을 그리고 있었다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며 지역 주민들의 삶을 속속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귀농학교나 센터를 통해 귀농귀촌 생활과 영농기술 등을 배웠겠지만 지역 주민들과 막걸리 한잔 걸치며 나누는 이야기가 농촌생활의 산교육인 것이다.
여기부터가 바로 이웃사촌으로 발전하기 위한 시작이다. 그러면 기존 지역 주민들은 어떠한가? 농촌을 지켜온 자들로서 넓은 마음으로 귀농인을 맞이할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농촌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민들을 뒷짐만 지고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물론 몇 십 년을 살면서도 집수리는 꿈도 못 꾸고 있는데 귀농한 지 몇 개월 만에 몇 백만 원씩 받아 집을 수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상대적인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이웃이다. 생기를 잃어가는 우리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파트너로 받아들일 때 농촌이 살아남을 길이 열린다. 귀농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의 협조가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 셈이다.
귀농인·기존 주민 함께 노력을
이제껏 귀농귀촌인들과 기존 주민들의 ‘각자도생’이 아니었나 싶다. 줄탁동시로 풀어 나가길 바란다. 안과 밖에서 동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귀농인들은 ‘어울림’의 노력이, 기존 주민들은 ‘후견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럴 때 귀농귀촌의 성공이 담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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