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국적으로 지역문화재단은 광역이 14개, 기초는 50개로 총 64개에 달한다. 광역은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 중 울산과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고,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은 비록 광역에 비해 지자체 수 대비 설립 비율은 낮지만 증가추세가 만만치 않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문화행정이 문화재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행정에 어떤 혁신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혁신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일까. 1997년에 경기문화재단이 최초로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약 20년이 경과했고, 그 기간 동안 재단설립이 붐을 이뤘으니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문화재단은 요란한 빈 수레일까. 아니면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필자에게 명확한 답을 내놓을 재간은 없다. 다만,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문화재단에 대한 비관적 평가가 전라북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아래 재단)이 10개의 신규사업을 발굴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올 초부터 업무를 시작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 불과 삼사 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발 빠른 움직임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굳이 재단이 맡아서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사업부터 기존 사업의 재탕성격이 강한 사업 등, 전반적으로 신규사업으로서 주목받을 만한 알맹이는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단적인 예로 도민 대상의 교양강좌가 포함된 청년문화예술대학 운영은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여타 평생학습기관이나 관련 문화시설들이 이미 운영해온 프로그램이다. 이런 상투적인 ‘신규’사업이 과연 ‘문화로 싹트고 관광으로 꽃피는 전라북도’라는 재단의 비전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전북 대표축체 특성화 체험프로그램 지원사업을 보면, 아트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시군의 대표축제를 특성화하도록 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지만 체험프로그램은 이미 수많은 축제현장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그것이 아트체험이든 다른 여타의 만들기 체험이든 말이다. 결국 재단은 이미 일반화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특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인데 그 자체로 논리적인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이를 통해서 브랜드 가치까지 제고하겠다고 하니 과장도 이만한 과장이 있겠나 싶다. 필자가 보기에 재단이 신규사업 발굴에 헛발을 내딛은 이유는 무엇보다 재단의 정체성과 역할을 심도 있게 고민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신규사업 발굴에 뛰어든 탓이 크다. 참신하고 치밀한 기획력의 부재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일견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지대한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출범했는데 언제까지 이관사업만 받아서 할 수는 없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재단이 출범했으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아무 거나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렵고 복잡할수록 바닥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대표를 중심으로 재단 구성원 사이에 내부적으로 합의나 결의가 있어야 한다. 중심을 갖지 않고 이런저런 요구와 압박에만 이끌려가다 보면 패착의 연속은 불가피하다. 시쳇말로 ‘뭣이 중헌디’를 재단의 화두로 삼고 끈질기게 천착해나가야 한다. 막연하게 뭔가를 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재단의 비전을 되새기고,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와 수단들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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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 전북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