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1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던 초봄, 차 한 잔 마시러 찾았던 실상사 마당에 세월호를 기념하는 천개의 불빛과 기도 공간이 인상 깊어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때다. “세월호 사건이 왜 잘못되었는지, 어떤 부분이 밝혀져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은 더 무엇을 아는 것이 중요한 시기는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아닌 내가’ 무엇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 상황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법스님의 말씀을 듣던 내 눈빛이 흔들린 부분이다.
#2 마치 긴 시간을 맘 졸여 기다려온 것처럼, 스스로 금기했던 이름들을 올려가며 최고 권력자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열중하고 있는 언론의 모습은 낯설다 못해 가증스럽다. 그들의 사명을 다하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그 동안 방기했던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다음 권력자 눈에 들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며, 사자의 사냥을 지켜보는 하이에나처럼, 건조한 언어들로 그들이 기댔던 권력의 변화를 타고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3 잠깐의 외국여행 중에도 전해오는 ‘최순실 귀국’에 일행들은 시끄럽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정치에 대한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 사람들임에도 종편에 출연해도 좋을 만큼 평론을 곁들여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기까지 한다. 김대중의 북한 방문, 노무현의 탄핵과 죽음, 이명박의 4대강과 같이, 그동안 수없이 겪었던 우리들의 ‘언제 꺼질지 모르는 흥분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4 권력, 그것은 그것이 만들어지는데 ‘참여했던 사람들의 욕망의 집합체’다. 최순실은 그 욕망이 만들어 낸 결정체다. 권력이 만들어지는 방법과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최순실과 이명박과 박근혜와 친박을 비롯한 문고리 권력들과 쓰레기 종편과 썩은 검찰과 재벌. 이처럼 한 덩어리가 되어가는 욕망의 권력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모습을 탄력적으로 변화시킬 뿐이다.
#5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내는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그들만의 권력을 국민의 권력으로 돌리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권력 분점이 이번 대통령선거의 핵심 공약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역할을 외교와 통일과 안보로 한정하고, 나머지 권력을 국민에게 지방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교육자치와 치안자치 조세자치까지 완성되는 지방화 시대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뜻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최순실 사건으로 얻는 교훈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순실 악몽을 가십으로 돌리는 한 우리는 영원히 또 다른 최순실을 만나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6 언론은 지향하는 목표를 행간 속에 숨기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얘기에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조류를 따라 흘러 다니는 멸치떼처럼. 이제 우리는 계산된 언론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언론을 따라 생각하고 흥분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지점을 향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지금은 행동할 때다. 살면서 한 번쯤은 냉정해져야 할 때가 있다고 한다면, 지금이 그 때이다. <이해숙 도의원(교육위원회 부위원장)>
20161104 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