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클레오파트라, 캣츠 걸, 음악대장, 흑기사, 불광동 휘발유 등등.
TV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가왕에 등극한 가수가 쓴 가면의 별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부터 흘러간 가수, 운동선수, 배우, 개그맨, 아나운서까지 다양한 스타들이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오로지 노래로만 실력을 평가 받는다. 시청자들이나 현장 판정단은 가면 속 가수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쏠쏠해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가수가 가면을 벗었을 때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그 가수의 여러 가지 선입견과 편견을 깨트리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복면가왕이 왜 ‘미스터리 음악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면 뒤 가수가 인기를 떠나 오로지 노래로만 대중의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가면을 벗었을 때 가수의 인기 정도에 따라 혹은 직업에 따라 현장 판정단은 물론 시청자들의 환호성과 놀람이 교차한다.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다. 스타를 보니 환호하고 그 스타가 1라운드에서 탈락하니 놀라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이른바 사회고위층이 대서특필 되고 있다.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김정주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들의 추문 릴레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추문까지. 이들이 복면가왕 무대에 서면 어떨까. 인기스타가 가면을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 선입견과 편견에 가려 가창력은 무시된 채 가왕 전까지는 무난하게 오를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사회고위층이 그러한 존재가 아닐까. 검사, 변호사, 성공한 기업인, 고위공무원 등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들이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행동을 하는 부패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 통념상 도덕적이고 일반국민들의 삶의 목표이자 길잡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의해 비롯된 부패와 성추문 등은 일반인에 비해 그 충격이 크다. 국민 판정단은 이들이 가면을 벗었을 때 검사장과 변호사, 고위공무원, 성공한 기업인 등이라는 사실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 탈락한 가수가 가면을 벗었을 때 인기절정인 아이돌이거나, 스타 가수였을 때 놀란 것처럼 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사회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사회고위층의 일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배경이야 어떻든 한 번 터지면 나라가 들썩이지만 당장 그때만 요란법석을 떨면서 정작 시간이 지나고 국민의 관심이 잦아들면 관대한 처벌로 끝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처럼 사회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고위층의 부정과 탈선, 도덕 불감증을 해소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은 더욱 깊어만 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할 때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 할 수 있다. 빙산의 일각인지 옥에 티인지 뒤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로 보고 변화해야 한다. 가면을 벗었을 때 관중들에게 허탈감과 무력감을 주는 것이 아닌, 환호성과 격려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사회고위층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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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11 전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