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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 횃불로 받들어야

작성자 :
황현
날짜 :
2016-12-02

신하들은 보이지도 않는 옷을 칭찬하며 임금에게 말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옷감은 처음 보았습니다.” 임금 역시 거짓말을 한다. “참으로 아름답구나.” 보이지 않는 옷을 입은 임금이 시종들과 함께 행진하자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말했다. “임금님의 새 옷이 정말 근사한데.” 임금이 벌거벗었지만 어느 한 사람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소년은 자신이 보았던 그대로 외쳤다. “아무 옷도 입지 않았잖아요.” 이 외침으로 사람들도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쑥덕댔다. 마침내 사람들은 “임금님은 벌거숭이야”라고 소리쳤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이다. 이 얘기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1837년 덴마크에서 나온 이 책이 2016년 한국형 벌거숭이로 등장했다. 헌정파괴와 파렴치한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최순실. 이들과 양파처럼 끝을 모르는 부패와 권력 비리의 사슬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나라가 망하지 않고 버틴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벌거숭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관료, 재벌, 정치인들 모두 대통령과 말 타는 학생, 그 가족들에게 말이다. 그래서 촛불을 든 민도가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넘겼다. 최순실 등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으로 그간의 국정농단 사태를 정리했다. 그러나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촛불 민도를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반성문을 쓰긴 했으나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하야든 퇴진이든 조기 대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필자도 5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국민들과 함께했다. 대통령이 게이트 당사자가 된 초유의 상황에서 그대로 있을 수많은 없었다. 대통령의 퇴진을 목놓아 외쳤다. 그런데 국민들이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촛불을 든 본질은 박 대통령만이 아님을 확인했다. 촛불 민심의 종결지, 개혁 대상은 대통령을 넘어 정치권을 향해 있었다.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한반도 긴장국면, 개성공단 폐쇄, 후안무치한 위안부 협상, 중고등학생까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강행, 무질서와 갈등 확산, 그러나 정책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경제상황은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국민들의 삶의 질도 하강곡선을 그린다. 잃어버린 4년, 나아가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의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를 정치권이 풀어줘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를 혁신해야 한다. 국가 개조에 나서야 한다. 이제 지혜를 모으는 정치, 미래를 생각하며 국민을 생각하는 성숙한 민생정치로 거듭 나야 한다.

그런데 정치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국민들의 응어리와 정치권과의 간극은 멀리 떨어져 있다. 여당은 분당 직전이고 야당은 정국기선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차기대선 후보군은 자기존재부각에 열을 낸다. 대통령 퇴진을 놓고 정쟁을 일삼는다. 이 모든 정치행위가 또 다른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숙고해야 한다. 정치권이 솔선해서 대오각성해 국민만 바라보는 위민정치, 정책정치의 길로 나서야 한다.

공자는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고 했다. 중고등학생을 포함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촛불 집회에 참가한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지금의 혼란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촛불민심은 정치권을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탄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촛불민심을 횃불로 받들어야 한다. .


2016.12. 02 새전북신문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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