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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담화, 그들의 속내

작성자 :
이해숙
날짜 :
2016-12-01

피의자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선 대통령의 담화를 듣는 내내 한 가지 사실만 궁금했다. 박근혜, 최순실과 국가의 권력을 통해 먹이를 구해온 새누리당과 국정원, 검찰 그리고 언론과 재벌 등 권력집단이 지금껏 누려온 권력을 빼앗기지 않은 채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면, 그들에겐 지금 어떤 시나리오가 필요할까?

박근혜와 최순실일당은 드러난 권력이다. 그러나 몸통은 드러나지 않은 권력이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이명박근혜의 고향 새누리당과 권력자들의 뒤를 돌봐주는데 익숙해진 김기춘과 우병우의 검찰, 국가의 부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데 익숙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버린 재벌들, 권력자들의 입으로 자처하면서 익숙한 아부로 생존해 온 언론들이 그들이다.

이 몸통의 권력이 지금 가진 그들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고,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가기 위한 몸부림이 3차 대국민 담화에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도마뱀의 꼬리자르기’다.
그들의 뿌리인 보수층의 지지가 더 이상 흐트러지기 전에 박근혜 카드를 포기하되, 새로운 주자를 세울 수 있는 조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벌고 지지층을 다시 모으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첫째, 그들의 텃밭인 보수층이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게 떠넘기고 나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박근혜의 동정론이 되살아날 것이고, 갈라진 보수들은 ‘그만하면 된 것!’을 외쳐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아이들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 앞에서 했던 것처럼 박근혜탄핵을 외치는 촛불 앞에서 ‘동원된 목소리’들이 다시 판을 칠 것같다.

둘째, 비박들의 탈당명분을 없애고, 보수재결집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한 비박계의 명분이 사라지면서, 탈당도 어렵고, 탄핵에 참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다시 살아나게 될 박근혜의 동정론이 ‘질서 있는 퇴진’으로 이어지면서 선수를 등장시킬 시간을 얻을 것이다. 그 얻어낸 시간동안 키워진 ‘그들의 선수’를 중심으로 예전처럼 다시 결합하게 되면 다시 그들의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셋째, 야당의 분열에서 반전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집단의 이해를 숨긴 채 청와대와 싸워왔던 야당들은 ‘대통령 퇴진표명’이 기정사실화되면 싸움의 방향이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1987년, 청년들의 죽음과 거리를 메운 피와 땀과 함성으로 얻어낸 6.29선언이었지만, 우리에게 되돌아 온 결과는 대통령선거의 악몽이었지 않은가? 그들은 그 역사를 되짚어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통해 욕망을 충족하는데 맛을 들인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수단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수단이 될 수 있다면 눈썹하나 떨림 없이 사람들을 소리 없이 없앴고, 수많은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세웠으며, 범죄자로 몰아세우고, 세무조사를 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확증도 없는 내용을 언론에 흘려서 여론몰이를 하고, 권력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그들의 권력을 만들고 지키는데 사용해왔던 그들이다.
“대중은 개, 돼지 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단지 영화대사의 한 대목이 아니라 권력에 맛을 들인 ‘박근혜와 그들’이 그토록 바라고 있는 지금의 마음이지 않을까?

매일매일 언론에 드러나는 비리들이 지구촌에 알려지고, 분노의 함성이 거리를 울리고 백만개의 촛불이 켜지고, 96%의 국민이 퇴진하라고 해도, 자기는 아무 잘못 없다고 말하는 ‘박근혜의 담화’는 ‘대국민을 향한 선전포고’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우리의 겨울이 좀 더 뜨거워져야 할 것 같다.

2016.12.01 새전북신문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