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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

작성자 :
이해숙
날짜 :
2017-01-31

#하나.
1863년 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Olumpia)’는 현실을 영악하게 이용하는 매춘부의 고객을 향한 건조한 시선을 통해서 기존의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 표현에 대한 도전을 시도했다. 그의 시도는 당대에도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으며 관능적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던 당시의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도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둘.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물에 잠겨가고 있을 때조차, 심지어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들이 생중계로 참사를 보도하고 있었을 때도 박근혜는 비서실장도 안보책임자도 모르는 곳에서 지극히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최순실이 제공하는 각종 영양주사와 사드 배치, 아버지 명예회복 따위만을 생각하며 말이다.
묻는다. 이 박근혜는 보호받아 마땅한 여자인가? 아니면 책임을 물어야하는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인가?

#셋.
프루스트는 말했다.
‘단지 예술을 통해서만 우리는 자신의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우주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들의 우주는 우리의 것과 다르고 그 풍경은 달의 풍경만큼이나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이다. 예술 때문에 우리는 자신만의 세계를 보는 대신 세계가 다양하다는 사실, 그리고 독창적인 예술가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세계들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블랙리스트는 우리들이 향유해야 할 우주를 짓밟은 채 그들에게만 제공할 그들만의 우주를 누리고 싶어하는 박근혜의 사람들에 의해서 예술가들을 짓밟았다.


#넷.
겨울이 시작되던 11월부터 두 달 넘게 광화문 광장의 한편을 노숙으로 보내던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를 주최한 건 표창원이었고, 이구영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림에 박근혜의 사진을 그려넣었다.
그러나 금기에 대한 도전이며 권력자들의 추한 민낯을 드러내려는 올랭피아를 패러디 한 ‘누드 패러디’의 본질은 보수단체 회원들의 완력 앞에서 처참하게 부서졌다.

#다섯.
극우보수들의 반응쯤이야 논외로 치자. 어떻게든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탄핵 국면을 전환할 틈만 노리는 새누리당과 집만 바꾼 바른정당도 그럴만한 인간군이니 역시 논외로 치자.
민주당의 태도와 국민의 당의 태도는 너무도 형편없다. 민주당은 ‘다 된 밥에 코 빠뜨릴까’ 걱정하고, 국민의당은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고 싶어’ 안달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최고 권력을 향하는 비판과 풍자의 예술’ 따위는 매춘부에게나 던져 줄 일처럼 치부되었다.

#여섯.
분을 못 참고 치를 떨고 계시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박근혜는 18년 정치인생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약자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박근혜는 18년 정치인생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여성이라는 약자로 무시당해 본 일이 있는가?
대통령 노무현을 두고 ‘불알 값도 못하는 놈’이라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연극은 무엇이며, 그 장면을 보고 박장대소하던 박근혜는 무엇인가?
진실은 여성의 나체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여성적 생활을 위해 차가운 바다 속에 빠져들고 있는 아이들을 단 한명도 살리지 못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틀 속에서 찾아야 마땅한 것이다.

#일곱.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진보의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진실을 외면하고 사회적 매장을 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부디, 그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시라!
/이해숙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2017.01.31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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