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가. 우리는 이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 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법은 국민 앞에 평등한가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특검의 구속영장이 지난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부회장은 430억 뇌물 공여와 97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정권 실세들에게 뇌물을 주고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으로 삼성 3대 세습을 마무리 했다. 그 하루 전 광주고등법원은 전북의 한 고속버스회사가 버스요금 2,400원을 입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 이모씨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비교라고 할 수도 있다. 회사에 2400원을 입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스 기사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법부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그리고 정경유착의 대표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 앞에서는 참으로 신중하고 너그럽고, 심지어 굴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헌법 제11조는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라고 되어 있다. 사법정의를 헌법적 가치와 존엄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는 반 헌법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2400원 해고 사유는 정당하고 340억 뇌물 공여는 다툼의 소지가 커 구속은 안 된다는 사법부를 이해할 수 있는가? 한 얼굴로 두 가지 모습을 보이는 법원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담스미스의 도덕과 정의에서 비유적으로 말하면 “자혜는 건물을 받쳐주는 기초가 아니라 건물을 아름답게 해주는 장식물이라고 했다. 반면에 정의는 모든 건물을 받쳐주는 지주이다. 만약에 정의가 제거 된다면 인간사회에 위대하고 거대한 건물구조는 순간 산산히 분해되어 버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의는 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정당하게 추구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 사회는 구성원들 사이에 사랑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정의가 없이는 존재 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 사회는 정의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사법부는 결국 정의(正義)를 무너뜨려 버렸다. 만인이 염려하고 있듯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실질적인 오너로 회사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허울에 불과하고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는 멈춰버린 것 같아 참담하다. 정권을 잡기 위해 국민 앞에 나서던 정치인들은 매번 수없이 재벌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개혁을 하겠다던 정권과 개혁 대상인 재벌이 유착하고 그들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야 말로 그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수백만의 촛불민심이 들고 일어난 이유인 것이다. 이번 기회야 말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다시금 촛불은 광장에 모인다.

2017.01.25. 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