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축제 관광지 뭣이 중헌디
- 작성자 :
- 이호근
- 날짜 :
- 2017-11-08
이른 아침 농장에 갈 때면 한기가 옷섶을 여미게 하는 바람이 차가운 늦가을이 되었다.
성하(盛夏)의 초록들녘이 노란 물결로 바뀌더니, 마지막 낱알이 살랑살랑 가을바람에 황금벌을 이루고, 출퇴근길 하루가 다르게 비워지는 들판.
나는 이런 자연이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상의 풍경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천명(知天命)에 들면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과 남은 삶에 애착으로, 매일매일을 더 섬세하고 진지하게 일상을 대하게 된다고 한다.
올 농사는 풍년은 아니지만 수확을 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작년과 다르게 푸근해 보인다. 작년 이맘때 수확 현장이나 집하장을 방문하면 원성이 들리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산지 나락 값이 오를 기대와 정부의 미곡정책에 내심 긍정적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엊그제 휴일에 우리고장에 있는 선운사와 국화꽃 축제장, 미당시문학제를 다녀왔다.
많은 인파가 몰려 관광 철임을 실감했다. 아마도 전국 어디서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매일매일을 수고한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인파들이리라. 자연은 오랜 기간 스스로 만들어 지고, 인고의 긴 시간을 지나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보여 주며,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는 잠시 자연의 품 안에서 안식을 찾는다. 예로부터 관광지 하면 자연이 아름답고 공기가 신선한곳을 찾아 갔는데, 그런 곳에는 여지없이 오래된 사찰이 무슨 짝궁인양 그 속에 묻혀 있는데, 낯섦이 없이 참으로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요즘 관광지는 사람이 사는 가까운 곳에 자연이라는 이름을 빌려 한껏 멋을 내고 기교를 부려,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여 관람객을 불러 모은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뒤로는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자기 지역을 알리고, 그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발굴해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관광객이 찾아와 그 지역의 경제, 즉, 식당, 주유소, 숙박업소, 지역생산품 사용에 이바지 하는 등 피폐해진 상권을 살리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인공적 관광 상품의 대부분이 지역 공직자들의 손과 발로 만들어지며 지역의 주체인 주민은 거기에 동원되는 수단에 불과할 때가 많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된 속에서 중앙정부의 계획에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역할만 했지, 기획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작은 열매만 취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또한, 행사의 예산도 정부나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다 보니 예산사용에도 효율적 집행보다는, 행정적 집행이 우선시되어 융통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지자체는 연인원 몇 명이 왔네, 지난해보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어떠하니 하는 모니터링에만 관심이 많아 이 또한 행정적 결과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료로 홍보에 치중하고, 단체장의 성과로 이어가려는 의지가 다분히 엿보인다. 이제 사회와 그 주요 구성원들은 바뀌어가고 있다. 변화의 바람에 많은 것들, 즉, 행정적 사고, 무리한 인공적 성과, 주요 구성원들의 생각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관광 문화적 공모사업도 획기적 변화를 해야 할 때다.
나도 가끔 다른 지역 관광지나 축제장을 찾을 때가 있다. 일반인으로 있을 때는 삶의 여유를 찾으러 가는 경우였지만, 공직자로서 방문하게 될 때는 무언가 학습을 하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여유보다는 일일 때가 많다. 그러니까 벤치마킹하러 가는 것이다.
문화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관광지뿐만 아니라 축제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행정은 거기에 필요한 것, 내 지역을 찾아온 내방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고창의 모양성축제와 미당시문학제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한다.
새전북신문 2017.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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