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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려면 줄을 서시오?

작성자 :
송성환
날짜 :
2017-10-27


요즘 ‘딸바보 아빠’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남아선호’나 ‘남존여비’는 구시대적 생각이 됐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도 아들 선호는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1992년 방영된 MBC 드라마 <아들과 딸>은 남아선호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집안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귀남과 후남이네 가족과 사회의 가치관이 대립하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들바리기(아들+해바라기)’ 어머니가 일삼는 말도 안 되는 차별에 고통 받는 후남을 보면서 분통 터뜨렸던 기억이 남을 정도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다행스럽게도 아들·딸 에 대한 차별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더한 일이 있다.

“임신순번제”. 의료기관 등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단어 그대로 임신을 위한 순번을 말한다.

의료 기관의 여성전공의와 간호사·간호조무사, 그리고 사립유치원에 근무하는 이들의 출산휴가나 육아휴가가 한꺼번에 몰려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순서를 정해 임신하도록 하는 관행이 만들어낸 인권침해다.

강조하여 말하지만. 임신순번제는 인권침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은 물론이요, 자치단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통해 아이를 낳으면 각종 혜택과 출산휴가 그리고 현금 지원까지 하고 있지만 좀처럼 인구는 늘지 않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타임머신제도 ‘임신순번제’ 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만일 임신순번제에 따르지 않고 임신을 한다면 부서실장의 질책과 압박이나 부서 이동으로 인해 산모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타인의 생명과 신체는 돌보면서 정작 자신의 신체는 자유의사에 의해 돌보지 못하는 곳이 다름 아닌 의료기관이라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 같은 관행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인력 부족’에 있다는 분석이다.

12만2천164명.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내년에 부족이 예상되는 간호사 수이다. 이미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 병원에서는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의료기관의 자체 여유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보건 당국은 의료기관의 모성보호제도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모성보호 수준이 취약한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제재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산율 최저국가 대한민국에서 출산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자신이 임신하고 싶을 때 임신하지 못하는 이 비극적인 현실을 귀남이와 후남이 그리고 그 가족은 어떻게 생각할까?
 
 
2017.10.27 새전북신문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