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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추석을 맞이하고 보내며

작성자 :
이호근
날짜 :
2017-10-11

아마 내 기억 속에 명절을 끼고 연휴가 9월29일부터 10월9일까지 열흘간, 이렇게 길었던 적은 처음인것 같다. 많은 근로자들은 이렇게 긴 연휴동안,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일상에 바빠 고향에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계신 부모님을 뵈러, 어떤 이는 조상님 성묘를, 또 어떤 이는 친구와 친지를, 그리고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휴가를 계획했을 수도 있다. 언론에서는 이번 연휴의 인구이동이 37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을 하였다. 물론 중복 누적된 숫자일지라도 아마 유사 이래 대한민국의 최대 이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보도에 수도권에 있는 소규모 상인들은, 연휴가 너무 길어 장사가 안 되어 10월 달 가게 세 내기도 힘들다며 정부의 결정에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방에 살면서 지역정치를 하는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태 수도권에 인구, 교육, 경제, 정치적 결정권마저도 뺏겨버린 지방의 입장에서는, 년 단위로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지방 구석구석이 귀성, 관광, 여가로 인해 모처럼 활기가 띄고 근근이 꾸려 나가던 소규모 식당, 여타의 상인들은 모처럼 만의 호황을 누릴 거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렇게 긴 휴식의 기간도 가게를 운영하는 각종 영세 업체, 물류를 취급하는 택배업체, 우편물류 종사자들,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공무원, 국방을 담당하는 군인, 그리고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인 등 여러 종류의 종사자들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부럽기만 하다. 나는 이번 연휴 시작 전 우리지역 우편 집배국 집배원들, 지역 시내버스 기사님들, 미화원들을 찾아 평소 그분들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어쩌면 단지 말뿐인 인사일지라도 반갑게 맞아 주시며, 관심을 가져 준 것에 대해 ‘고맙다’ 해 주시는데 그동안은 이런 관심이 생소했나보다. 매년 명절 때마다 우리사회의 뒷전에서 묵묵히 고생 하시는 분들을 찾아뵈었지만 이번 명절 때 방문한 집배원들의, 소박한 그러나 절실한 바램은 이번 연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종사 인원이 적어 업무 과중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고, 매년 집.배달시 안전사고와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 및 과로사가 많다고 하소연하였다. 사회적 관심을 받는 소방관들의 사고와 견주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서운하다는 볼멘소리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도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타고 온 차량들로 인해 골목은 때 아닌 주차난이 심각해진다. 아버지 형제가 10남매, 내 형제가 7남매인 우리 집은 매년 명절 때면 북새통을 치른다. 할아버지 때부터 가족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귀성, 귀경길이 힘들어도 우리 집은 수십 년을 그렇게 해 온 것이 집의 가풍이 되었다.
추석 조상님께 모시는 제사는 장손인 내가 주관을 한다. 젯상 준비며, 음식 준비도 어지간한 잔치 비용이 소용된다. 윤달이 든 올해는 과일들도 맛이 들어 새로 수확한 것을 사용하고, 선배님께서 주신 햅쌀로 햅쌀밥을 준비했다. 제사를 모시며 집안 동생과 내 아이들에게 제사의 유래, 과일을 놓는 의미 등을 설명해주고, 1년에 두어 번이지만 조상님들 한분 한분을 떠 올리는 시간을 갖는다. 최소한 ‘내 조상이 누구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 장손으로서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성묫길에 나서는데, 2~30명은 족히 되는 장관이다. 조상님들을 가까운 선산에 모셔와 올 성묫길은 수월했다.
이렇게 긴 연휴가 끝나고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몇 분 지역 어른들과 선배들을 찾아뵈었는데, 가게 하시는 분들은 장사가 잘 되어서 즐거워 하셨다. 모처럼 고창군내에도 사람이 북적거리고 가게들도 호황을 누렸다니 나는 즐겁다.


 
2017.10.11.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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