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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화예술, 그리고 장애 사회

작성자 :
최은희
날짜 :
2017-09-06

최근 5년간 도내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150억원 가량에 이른다. 개별 창작활동 지원까지 더하면 200억원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비장애인을 위한 지원이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장애인이 배제되고 있는 것인데 장애인의 창작활동 욕구가 부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필자도 화가를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눈으로만 온전히 담기에는 너무나 경이로운 세계. 가슴이 파도치듯 설레기도 하고 이즈음의 석양처럼 평온해지기도 한다. 시신경으로 처리된 정보가 가슴의 언어로 바뀌고 나면 화폭 위에 또는 나만의 시어로 펼쳐놓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 된다. 생각하고 느낀 바를 표현하고 싶은 보편적인 욕구, 나아가서 화가나 시인을 꿈꿔보는 기분 좋은 상상. 여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경계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공고하다.

최근 장애인 문화예술 공감콘서트라는 행사가 있었다. 노래와 타악 등을 통해서 전해지는 목소리는, ‘우리가, 그리고 우리도 여기 있다’라는 호소력 짙은 절규였다. 주목해야 할 점도 그들의 표현을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가 아닌 표현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영역이 확장되고 있고, 그것을 생산하는 주체도 전업(문) 예술가에서 일반 대중으로 넓어지는 추세 속에서 유독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에만 굴레를 씌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전북장애인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해진 회장은 과거에 미술교사였다. 지금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캔버스를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일상적이다. 오히려 장애인이 되기 전보다 캔버스는 더욱 친숙한 사물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가을의 한 자락을 고이 접어 화폭에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다른 회원들은 어렵사리 마련한 공간에 모여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힘겹게 이런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200명가량의 회원이 보여주는 창작 열정은 누구 못지않다. 전해진 회장은 장애인이 정적인 활동에 익숙하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예술활동 참여욕구가 더 높기 마련인데 우리 사회는 이 점을 제대로 인식 또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면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최근 또 하나의 장애인 문화예술단체 결성이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작년 필자가 발의한 「전라북도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 가시화된 것이다. 비장애인에게만 편중되었던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장애인의 활동으로도 물꼬를 돌리기 위해 제정한 조례였는데 여기에 맞춰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반가운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이 관련 조례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장애인의 목소리를 십분 반영시키려고 하는 의지 그리고, 함께 협업하려는 장애인복지 행정의 의지다.

예향 전북의 기치를 내걸고 막대한 예산을 문화예술 진흥에 투자하면서 이를 온전히 비장애인만의 영역으로 국한하는 왜곡된 현실. 이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장애는 장애인이 겪는 현실이 아니라 오히려 비뚤어진 시선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굴레를 씌워 타자화하는 우리 사회가 기실은 ‘장애 사회’가 아니냐는 비판 말이다.

2017.9.6 전북일보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