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정치를 한 지 20년 남짓, 지금까지 각계각층의 수많은 분들을 만났다. 만나는 분들로부터 때로는 불편한 진실이 담긴 의견을 들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성찰할 대목이 있다고 여기며 온전히 수용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정치인에게는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라는 경구만큼 소중한 가르침이 없고, 한 분 한 분이 세상을 보여주는 각기 다른 창이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 일이었다. A씨라는 주민을 만났는데 여느 분들처럼 민원을 얘기하지 않고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그런데 나는 그때만 해도 의정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던 ‘신출내기’ 시절이어서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이 바로 코앞에 있는 아사(我師) 즉, 나의 스승이었는데 눈앞의 스승을 몰라본 것이다. A씨의 쓴소리는 한 마디로 “지방의회 일 좀 하라”는 것이었다. 주민 위에 군림하려고만 하고 제 할 일을 안 한다는, 직접 대면해서 듣기에는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는 뜨끔한 고언이었다. 당시 나는 이 고언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지방의회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A씨를 설득하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민망할 정도로 어리석고 부족한 태도였다. A씨와의 만남 이후 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지방의회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일도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만 하더라도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행정의 오류와 실책을 잡아내면서 집행기관이 온전히 주민복리 증진에 복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때로는 소소한 행정사무가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지난해 새만금 SOC예산 삭감처럼 굵직한 현안 대응이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 A씨를 만나서 항변했을 당시에는 내 스스로가 무지했고 놓친 점이 있다. 주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민의를 대변하는 지방의회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왜 몰라주느냐며 탓하거나 서운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다짐했어야 했다. 일을 하긴 하는데 주민들이 모른다면 그건 주민 탓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안 했거나 주민 소통을 충분하게 하지 않은 측에 귀책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7월 1일부로 12대 도의회 후반기 임기가 시작됐다. 나는 영광스럽게도 제1부의장으로 선임돼서 의장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직책에는 영광과 책임이 동시에 담겨 있는 법, 부의장이라는 자리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영광은 잠시였고 취임하고 나면 책임의 파고가 밀려들기 마련이다. 책임의 파고를 실감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 A씨와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도의회 후반기 2년을 그려보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총론에서만 보면, 늘어난 행정권한만큼 도의회의 견제 감시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1차 특례에 이어 2차 특례가 반영된 전북특자도법이 시행되면 특자도 이전에 비해서 도지사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권한은 대폭 확대된다. 특자도가 뿌리내리기 전인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누수와 행정권한의 오남용을 바로 잡지 않으면 특자도의 연착륙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도의회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청렴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도민들은 일하는 의회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청렴하고 깨끗한 도의회를 바란다. 도의회 구성원 모두가 절벽에 서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한 심정을 가져야 한다. 12대 후반기 도의회는 ‘일하고, 소통하고, 청렴’해야 한다. 누구를 탓하는 게 아니라 무한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의정에 매진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A씨로부터 어떤 힐난과 질책을 들을지 모를 일이다. 이명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전라일보.2024.07.1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