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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북지역은 호우피해로 몸살을 앓았다. 작년 6월 27일부터 7월 19일까지 23일 동안 누적 강우량이 평균 410mm나 되는 기록적인 강우량을 보였다. 특히, 군산 지역의 강우량은 571mm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6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집중호우는 하천 범람과 산사태로 이어졌고 도민들의 막대한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농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피해 규모도 막대했다. 14개 시‧군 곳곳에서 배수불량 및 제방 붕괴 등으로 농경지 침수가 발생한 탓에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군산, 익산, 김제, 부안 지역은 특히 피해가 컸는데 정체전선을 따라 형성된 비구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집중호우 피해 이후 집계된 바에 의하면 무려 2만 8422ha에 달하는 농경지에서 벼‧콩‧시설원예 농작물이 침수되고, 금강이 범람하면서 시설하우스가 침수돼 농작물과 농기자재 피해도 적지 않았다. 도내 14개 시․군의 피해 건수는 총 10만 건에 육박했고 피해 금액은 64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만 6개 시‧군(익산, 김제, 완주, 군산 서수면, 고창 공음면‧대산면, 부안 보안면‧진서면‧백서면)에 달했다.이렇게 피해가 심각했던 데에는 집중호우 시 매년 반복됐던 배수시설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수펌프장의 용량 한계로 인해 유입량을 배수량이 따라가지 못한 원인이 있었다. 하천 수위보다 금강 수위가 높아 배수펌프가 역류하면서 배수펌프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요컨대, 배수시설의 제 기능 작동 가능성과 하천의 구조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고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피해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재해의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한마디로 ‘유비무환’인데도 매번 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결국 연례적인 재해 경험이 인력으로 막기 힘든 천재(天災)이 동시에 인재(人災)이기도 하다는 방증일 것이다.그래서 바라건대, 올해는 전북자치도의 재난행정이 반드시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이번 장마에도 도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다면 그 고통의 크기와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뜩이나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연재해까지 덮치게 되면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의 안이한 행정과 태도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이제 장마가 시작됐지만 지금이라도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작년에 발생한 침수지역을 포함해서 상습 침수구역에 대한 특별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재해본 가동 체계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을 마침으로써 지역 내 유관기관이 적시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피해가 집중됐던 지역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호우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함은 물론, 저지대 주택과 지방하천, 국도변 비탈면 등 시설 보수와 사전 점검에 대해서도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 나서야 한다.자연재해를 대하는 기본 태도는 다른 게 없다. 평안할 때 위급함을 생각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면 족하다. 문제는 긴장감의 결여다. 긴장을 늦추는 순간 재난행정의 대비태세라는 둑은 무너지고 만다. 올 여름은 도 재난행정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궤적을 재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부의장 / 새전북신문 2024.07.11.(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