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지독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전국은 폐기물로 몸살을 앓았다. 불법폐기물이 국토 곳곳에 방치됐고, 청정 전라북도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심지어 도심마저 쓰레기가 쌓여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악취를 풍기며 썩고 있었다. 이 쓰레기 문제는 중앙부처의 행정대집행이라는 일시적인 조치로 일단락되는 중이다.
쓰레기 소각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아래 내가 사는 동네에 들어오는 걸 결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반면 정부는 늘어나는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당연히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님비현상을 완전히 깨버리고 친환경 예술품이 된 소각장이 있어 갈등을 넘어 공존의 길로 가는 해답을 찾고자 오스트리아의 한 소각장을 다녀왔다.
흔히 비엔나 하면 왈츠와 모차르트를 떠올리며 예술적인 관광지로 연상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비엔나가 도시 공해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곳이며, 이것이 정부와 주민의 긴밀한 협조와 기술적인 뒷받침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소각장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저 멀리 산 속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소각장이 가까워질수록 청소차량과 청소부들이 빈번하게 눈에 띄었지만 악취가 심하지 않았다.
바로 스피테라우 지역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혐오 시설로 취급받던 쓰레기 소각장이 동화 속 건물처럼 예쁜 색감과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이곳은 쓰레기를 태운 연기를 7번에 걸친 필터링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정화해 오염을 줄이고, 쓰레기를 태운 에너지가 비엔나 난방에너지의 무려 30%를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단순히 환경기술을 공부하고 답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구경하기 위한 방문도 되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스피테라우 소각장이 처음부터 비단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1971년 소각장이 처음 들어섰을 때는 밋밋하고 건조하며 기능성만 강조한 건물이었고, 126m 높이로 치솟은 굴뚝은 흉물스러울 정도였다. 점차 주변이 개발되면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1986년 소각장에 불이 나면서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가뜩이나 불만이 많던 지역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개보수를 반대하고 철거를 요구했다. 이곳도 갈등과 반목이 심했다. 하지만 당시 행정은 안전하면서도 아름다운 소각장으로 리모델링을 약속했고, 지금의 꽃을 피운 것이다.
험난한 터널을 지나 지금의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이 합을 이뤘을까를 생각해본다. 당시 주민들의 입장으로 회귀해 보자. 눈엣가시였던 소각장이 불이 났고 이참에 마을에서 쫓아낼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주민의 답변에 담겨있다.“또 다른 지역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곳이 우리 지역이라면 안전하게 지어 달라.”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소각장으로 전 세계에서 공무원, 학자, 주민 등이 견학을 오는 이곳. 그들의 자부심과 긍지에서 앞으로 나아갈 우리 길을 생각해본다.
/최찬욱 환경복지위원장 2019.10.31.목 전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