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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필요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0-03-02

“끔찍한 학살의 진상 널리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희생자 위령사업 조속히 추진해야”

코로나 19가 모든 국민의 일상을 삼켜버렸다. 하지만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하고 있기에 당장은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힘을 합치면 이겨내지 못할 위기는 없다. 무엇보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혐오와 불신이 아니라 협력과 신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

한국전쟁 전후 과거사 희생자 문제는 ‘과거청산’의 여러 과제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블랙박스다. 그 속에 대한민국 탄생의 비사가 숨겨져 있고, 오늘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혀 있는 각종 문제와 폐해의 뿌리가 거기에 닿아 있다.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은 그동안 묻혀 있던 그 비사와 뿌리를 들추어내며 대학살의 배경과 진실을 밝혀 우리 사회와 국가를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민간인 학살은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추악한 전쟁범죄였고, 반인도적인 인권유린 행위의 극치였다. 전북에서도 전주 형무소 사건, 남원 대강면 강석마을 소개(疏開) 사건, 이리역 폭격 사건, 보도연맹사건 등 민간인 사망자는 5만 4,678명으로 추정되고 이는 전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런데도 지난 반세기 이상 국가는 그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와 유족을 구제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정당한 권리인 진실규명 요구를 번번이 압살 또는 무시함으로써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이중, 삼중의 피해를 끼쳐왔다. 따라서 진실을 밝히고 피해 구제를 할 국가의 의무는 그만큼 더 무거워졌다.

국가가 정의의 실현을 그토록 지연시켜 피해를 가중해온 책임을 조금이라도 더는 유일한 길은 이제라도 문제를 확실하게 푸는 것뿐이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진상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이다. 진상이 밝혀져야만 후속 조치도 취할 수 있고, 길을 잃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 문제는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조차 없을 만큼 방대하고, 한 지역에도 다양한 유형의 사건들이 병존하며, 또 개개의 사건들이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불법 학살당한 이들을 이제 와 되살려낼 수는 없지만, 그에 상응하고 최소한이나마 책임을 다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잘못 규정된 피해자들의 지위를 회복하고 사회적 오명을 바로잡아 명예를 회복해야 하며, 공권력이 위법하게 행사됐음을 시인하는 법적 절차이기도 한 피해배상도 적정 수준에서 고려돼야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보호 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추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는 기관의 설립과 지원 등의 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의 책임 인정, 국가와 가해자의 사죄와 처벌은 공권력의 불법적 행사를 시인하는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또한 사회정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가해자 처벌은 시간적 격차와 사회통합 등을 고려하여 책임자에 대한 상징적 조치로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불법행위로 취득한 부당한 부와 명예는 박탈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전북도는 기존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 기간도 짧고, 당시 피해신고를 못 했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를 밝히기 위해 ‘한국전쟁 전후 과거사 희생자 실태조사 및 위령사업 연구’를 추진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위령사업이다. 위령 공간과 사료관 건립, 위령제 등의 각종 위령사업, 역사 기록과 교육 등을 통해서 끔찍한 학살의 진상을 널리 알리고 기억하여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 더불어 가는 인간사회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학살규명의 궁극적 목적이자 최고의 가치다. 이에 전라북도가 하루빨리 위령사업 추진해야 할 것이며, 필자도 이를 위해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성 경 찬(전라북도의회 한빛원전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2020.03.02.월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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