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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선거권’ 투표 권리만큼 중요한 교육받을 권리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0-04-14
다가오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교복을 입고 투표를 하는 유권자를 보더라도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 즉,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190개국 중 148개국이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했고, 이마저도 16세 이상으로 낮추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에 반해 우리나라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연령 18세로 하향’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지 23년 만에 실현돼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고교생 유권자가 선거의 의미와 투표 참여의 가치,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 배경과 가치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성숙한 청소년 선거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준비는 미흡한 것 같다. 얼마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시범적으로 진행하려고 했던 모의 선거 교육을 ‘교원이 교육을 주도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는 고3 유권자들에게 선거 관련 소책자를 전달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교육만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을 ‘미성숙 상태로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정책의 타당성을 생각하기보다는 그것에 휘둘려 정치적 판단을 하기 쉬운’ 존재로 보는 우려 역시 여전하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 해법이 실마리가 보인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그 좋은 예이다.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이 극에 달했고, 교육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1976년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서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교육을 목표로 하는 교육지침을 마련하고, 강제성의 금지(강압적인 교화 교육 또는 주입식 교육의 금지), 논쟁성의 유지(수업 시간에도 실제와 같은 논쟁적 상황을 드러낼 것), 정치적 행위능력의 강화(학생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한 실천 능력을 기를 것)라는 세 원칙을 정립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종식시켰다.

지방정부와 연계한 민주시민교육 역시 해법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의 민주시민교육은 전적으로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기에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민주시민교육은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문제는 늘 고민거리였다. 미국의 경우 민간단체인 시민교육센터를 통한 학교 밖 교육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급작스런 사회변동으로 규범체계가 없어 혼란한 상황을 ‘아노미 현상’이라고 한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지 벌써 네 달이 지났으나, 민주시민교육제도는 여전히 아노미 상태다. 전국의 많은 지방정부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사회적 합의도 법제화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필자와 같이 청소년의 성숙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어른들이 더욱더 많아져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올바른 체계가 신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18세 선거연령 하향조정으로 생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고교생은 전국 14만여 명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이번 선거가 하루 쉬는 날이 아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뜻깊은 첫 번째 경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2020.4.14.화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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