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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과 남겨진 과제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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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재생
미륵사지 석탑 복원 공사의 준공식이 있었던 지난 2019년 4월 30일은 전북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가슴 뜨거운 날이었다. 동양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미륵사지 석탑을 생생히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지난 20여 년간의 보수 공사가 드디어 끝난 것이다.
그렇지만 석탑의 복원 과정은 많은 도민들을 애태우게 했다. 동탑의 경우 1991년 복원 공사에 착수해 2년 후인 1993년 복원 공사가 완료된 것과는 달리 서탑은 전라북도가 당초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예정했던 해체보수정비계획이 기초 토층의 보강 방안 연구 등 다양한 과정이 추가되며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2009년 서탑의 해체보수정비 과정에서 사리장엄구 등 여러 유물이 나왔는데, 특히 금제사리봉영기가 발견되어 미륵사의 창건 연대 등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복원된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백제 무왕이 석탑의 풍경을 봤다면 깜짝 놀라 무덤에서 일어났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슴 속 한 켠에서 나오는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석탑의 외형을 복원하는 것 외에도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미륵사지 석탑의 위상을 바로잡는 일이다.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지배적인 평가는 목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만들어진 탑으로 목탑을 본떠 만든 석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 해보자. 목탑의 건축양식을 석재로 본 뜰만큼 석재를 다루는 기술력이 우수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까?
백제의 석재 가공능력은 당대 동방 최고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예컨대 삼국시대 전투는 성곽을 중심으로 진행됐기에 석성의 보유여부는 승패여부를 결정했는데, 4세기 이래 백제는 한성과 공주 그리고 부여와 그 인근에 축조한 석성을 바탕으로 수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또한 한성 도읍기 당시 중심지인 풍납동에서 위치한 거대한 기단식 적석총, 벽제 묘제의 중심을 이뤘던 돌방 무덤 등 석재로 가공한 문화재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백제가 석재 가공능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자 인접국가에서는 석재 가공인력의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륵사지 석탑이 지닌 수 많은 의미를 건축 모습만으로 표현하기란 턱없이 부족하기에 다각적인 관점을 고려한 재평가가 시급하다.
둘째, 서탑의 해체보수정비 과정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 중 금제사리봉영기의 가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2009년 서탑의 심주석 사리공과 기단부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일체가 최고 금속공예 기술로 제작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6월 보물로 지정됐다. 이처럼 사리장엄구가 지닌 문화ㆍ예술적 가치가 인정받는 점은 경축할만한 일이나, 금제사리봉영기 만큼은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출토된 구체적인 사건을 기록한 기록 문화 유물을 보면, 나무나 종이에 기록한 유물은 오랜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여 온전히 그 모습을 내보인 것이 없었고, 석재와 금속 유물이 간혹 발견되었을 뿐이다. 이 경우도 파손되고 부식되어 그 원형을 보존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제사리봉영기는 각인된 193자 모두를 확인 할 수 있는 온전한 모습을 보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초 봉안한 장소에서 이동없이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발견된 국내 최고의 기록 유물인 것이다. 거기에 미륵사의 조성과 석탑의 축조 과정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담고 있으니 사리장엄구 중 하나로만 보기엔 그 가치를 인정하였다고 보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 외에도 미륵사지와 인근 백제 왕궁터에 대한 면밀한 조사ㆍ분석을 바탕으로 전북이 백제 후기의 중심지라는 근거를 밝히는 것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석탑의 외형을 복원한 것은 대단원 중 1장에 해당할 것이다. 긴 세월동안 도민들이 품어온 간절한 바람이 1장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김기영 <전라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0.09.2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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