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끝이 없어 보였던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면서 아침저녁으로 기운이 선선하다. 애국가 가사처럼 구름 한 점 없는 공활한 가을 하늘도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이제는 무더위도 끝이려니 하는, 작은 희망도 품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는 전혀 딴판이다. 먹구름만 가득하다. 친일을 넘어선 합일(合日)의 먹구름 말이다. 해방 이후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대가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독립군을 토벌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도 모자라서 아직까지도 우상화에 골몰하는가 하면, 그런 전력이 있는 사람이 국군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면서 독립애국지사들과 함께 국립묘지에 버젓이 안장되어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 늘 그렇듯이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는 논리가 동원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친일을 넘어선 합일(合日) 수준의 비극이 전개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가 육사교장 명의로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가 나서서 철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강제징용 피해자가 흘렸던 피의 역사가 서려 있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한국 정부가 협조를 했다. 국사편찬위원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등 이른바 3대 역사기관 수장에는 뉴라이트 인사로 평가되는 인물들이 임명됐다. 굳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독도방어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헌법에 명문화된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헌신짝 취급이라도 하는 것처럼 건국절 망언을 운운하는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앉혔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 불려 나온 장관 지명자 입에서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망발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하나만 따져도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언사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 모두가 예외 없이 뉴라이트 인사라고 하는 사람들의 만행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뉴라이트’(신 우파)라는 영어식 표현은 미국의 네오콘(신 보수)을 본뜬 한국 극우의 가면이다. 뉴라이트 사상에 내포된 매국적 행태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따라서 뉴라이트가 아니라 극우 매국 세력이라고 하는 게 맞다. 흥미로운 것은 유럽과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극우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극우세력도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극우라고 다 같은 극우가 아니다. 서구사회에서 목격되는 극우의 부활은 주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여기는 이민자를 향한 혐오현상에 가깝다. 동의여부를 떠나서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사회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일견 이해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 반면, 한국 극우는 자신들이 구성원인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일본을 향한 일편단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단순히 극우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매국 극우라고 하는 게 설득력 있는 표현이다. 한국의 매국 극우세력은 몰역사와 몰상식, 몰염치를 공유한다. 역사를 퇴행시키려 하는 몰역사성과, 전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국가와 사회 운영의 기본 골격을 정한 헌법을 부정하는 몰상식, 대놓고 집으로 쳐들어왔던 강도를 칭송하는 몰염치를 일삼는다. 과거 보수정부에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유독 현 정부가 이런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는 걸 두고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탈정치화까지 더해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1년 내내 먹구름 가득한 나날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명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전라일보.2024.09.0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