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쁨과 동시에 뼈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준공됨에 따라 2010년에는 2000년 이후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순유입(전입>전출)이 발생하였고, 2010년과 2011년에는 자연증가(출생>사망)의 규모가 전년보다 더 많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 둔화와 업황 불황 등으로 2017년 7월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2018년 6월에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하였다. 이전부터 시작된 고용조정과 지역경제 둔화는 2016년에 최초의 자연감소(출생<사망)로 이어졌으며, 당시 1천 3백여 명의 자연감소가 2022년부터 1만여 명을 넘어섰다. 순유출(전입<전출)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단위의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이 인구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뼈아픈 경험이자 역사이다. 양·질의 일자리 못지않게 그 지속성 또한 중요한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북도정은 기업 유치 성과에 대한 홍보에 열의를 올리고 있으나 화려한 겉과 달리 그 속은 텅 비었다. 지역의 핵심 인적자원이면서 미래의 동량인 청년인구(19∼34세)의 급속한 유출이 이를 방증한다. 기업 유치로 발생하는 일자리 창출의 최대 수혜자는 청년인구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만여 명 이상, 2021년부터 2023년까지 7000여 명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하였다. 청년인구가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시에 창출되지 못한 것이다. 민선 8기 전반기(2022.7∼2024.6) 역대 최대라는 12조 8394억 원의 투자 유치, 1만 3695명의 일자리 창출은 실제로 8073억 원과 551명으로 각각 6.3%와 4.0%에 불과하였다.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이란 15세에서 49세의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으로써 대체출산율(Replacement Fertility Rate)이라 하는데 2.1명 미만일 경우 저출산, 1.3명 미만일 경우 초저출산이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은 1.694명으로 나타나 이미 대체출산율을 하회하고 있었으며, 2010년 이전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초저출산이 2016년부터 고착화되면서 급기야 2019년에는 1명도 채 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인 고령화 수준은 14% 이상 20% 미만일 때 고령사회라 하며, 20% 이상일 때 초고령사회라 한다. 전북은 2007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9년 20.4%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2023년에는 24.1%로 고령화 수준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청년인구의 유출을 초래함으로써, 출생아 수의 감소와 더불어 고령화의 수준을 높여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극단적 현상으로 자연감소 규모가 확대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2016년에 시작된 1364명의 자연감소가 7년 후인 2022년부터 1만 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여주기 위한 성과의 양적 측면만을 중시하여 도민이 처한 현실과 마음을 외면하고, 도민이 체감하는 정책 및 사업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도정이 도민에게 전북특별자치도를 떠나달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민 그 누가 나고 자란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타향으로 떠나고 싶겠는가. 국민 없는 국가 없듯, 도민 없는 도 없다. 그 무엇보다 도민이 먼저다. 전북도정에서 다루어지는 정책과 사업이 도민이 처한 현실과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형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전북일보 2024.08.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