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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곳곳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중 하나가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화 기기의 확산이다. 최소한의 비대면 접촉을 요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식당, 카페, 쇼핑몰 등 다양한 장소에서 무인화 기기는 빠르게 도입되었다.무인화 기기는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이점을 제공했다. 무인화 기기를 활용해 기업은 인건비 절감과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두었으며, 소비자들은 빠르고 간편한 주문과 결제 시스템을 통해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이런 장점에 힘입어 불과 몇 년 만에 무인화 기기는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를 보면, 2019년 18만 9,951대였던 키오스크는 2022년 45만 4,741대로 증가했다. 불과 3년 만에 약 2.4배 증가한 것으로, 무인화 기기의 확산이 얼마나 급격히 이루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기술의 발전은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제공하지만,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화 기기도 마찬가지다.무인화 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겐 새로운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무인화 기기는 주로 터치스크린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해 작동되는데, 이는 시각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비롯한 무인화 기기 이용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력이 저하되고 손동작이 불편한 노인들은 작은 글씨로 구성된 메뉴를 읽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터치스크린 조작에도 서툴기 마련이다. 노인들이 필수적인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있어 이러한 요소들이 장애로 작용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무인화 기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지만 실수로 엉뚱한 걸 결제할 수 있다는 걱정과 기계 오작동에 대한 두려움을 상대적으로 크게 느끼는 노인들은 무인화 기기 앞에서 위축되어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노인이 느끼는 이런 심리적 위축과 불안은 젊은 세대와의 비교를 통해 증폭된다. 젊은 세대가 무인화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무인화 기기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노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다. 익숙하지 않은 무인화 기기를 사용하려다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지 못한 경험을 겪은 노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일을 겪은 노인은 사회적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낄 게 뻔하고, 이런 경험은 자존감을 저하시켜 삶의 질을 하락시킬 게 자명하다.무인화 기기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이런 다양한 스트레스 때문일까? 주문을 못하고 매장을 나온 이후에는 무인화 기기가 있는 가게는 기피하고 있다거나, 무인화 기기 때문에 자신이 자주 방문하던 음식점이나 상점에 가는 것을 중단했다고 토로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무인화 기기의 확산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무인화 기기의 편리함과 효율성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인화 기기로부터 소외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노인들이 무인화 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새전북신문.24.08.0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