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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날’은(매년 3월 11일)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올해 여섯 번째를 맞이하게 된다. 인류의 기원, 생명의 원천으로서 흙의 상징성을 담고자 했다. 3월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 3원을 뜻하고, 11일은 흙 토(土) 자를 풀어쓴 것이다.
무궁한 가치 가진 흙
흙은 만물의 근원이자 먹거리를 생산하는 터전이다. 이러한 흙의 중요성은 동서고금 곳곳에 나타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흙을 만물의 어머니라며 복룡간(伏龍肝) 등 여러 종류의 흙이 치료에 쓰이는 사례를 기록해 놓았다.흙만큼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물질도 드물다. 흙은 식량안보·홍수조절·수자원 함양·대기정화·기후순화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2018년 토양의 공익적 가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경지는 한 해 동안 팔당댐 16개 크기의 물을 저장하고, 지리산 국립공원 171개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있다. 경제적으로 환산한 흙의 공익적 가치는 양분공급 179조8000억원, 자원순환 79조1000억원, 식량생산 10조5000억원, 탄소저장 6조5000억원, 수자원 함양 4조5000억원 등 28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후위기와 농업의 위기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2050 탄소중립’을 발표했다.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대 최장의 장마와 여러 차례의 태풍이 이어지면서 농업 분야 피해가 급증했다. 미국과 스페인·호주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고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가 발생했다.이상기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기후변화’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1℃ 올랐으며,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까지 향후 5년간 전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매년 최소한 1℃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급격한 기후변화가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농업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로 지목된다.
전북도 흙에 더욱 관심 가져야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오자 각국 정부는 농업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미국 바이든 정부는 그린혁명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 ‘0’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양의 탄소저장기능과 정밀농법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획득한 토양 탄소저장량을 탄소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농민들에게 소득창출 기회를 제공한다.유럽연합(EU) 집행위는 식품 생산·유통·소비까지 이어지는 전 단계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식품 밸류체인 순환경제’ 모델을 발표했다. 각 단계별 탄소 감축 계획을 추진하고, 농민에겐 생태보전 지원을 통해 환경에 기여하는 역할을 보상한다.일본은 농산어촌 에너지 혁신을 통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RE 100)’달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물 공급망 전체에서 탈탄소화를 진행하고, 온실가스 배출 삭감에 대한 인증을 강화한다.이에 국내 농업계에서도 토양관리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무기질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퇴비와 유기질비료를 사용해 토양을 적절히 관리한다. 또 토양의 탄소를 포집하는 바이오차(Biochar·목재 등을 고온에서 산소 없이 열분해해 만든 숯 형태 유기물)를 제작해 농경지에 뿌리고 있다.흙의날을 맞아 전북도는 흙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용근 전북도의회 의원 / 새전북신문 2022.3.1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