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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감정노동자다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1-12-22
감정노동자는 물건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말하는데 콜센터 상담사가 대표적이며, 음식점, 백화점 종사자, 승무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군의 상당수가 이에 속한다. 과거에‘소비자는 왕이다’라는 소비자 권리만을 앞세운 문화로 인해 감정노동자는 정당한 권리를 침해받아도 묵묵히 참고 견뎌야만 했다. 그러다가 감정노동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우울증 등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자 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뒤늦게 마련되었다. 법 개정과 조례 제정을 통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실제 법 개정 이후 폭언이나 욕설이 대폭 줄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2018년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돼오고 있지만, 이듬해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여성 61.7%, 남성 56.8%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법이 존재함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고통이 여전한 걸 보면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았고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체계가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자체 조례의 경우 대부분 선언적 규정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는데, 전라북도의회는 올해 5월 조례의 적용 범위나 강제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 등을 강구해 지역 실정에 맞도록 기존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기존 전라북도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는 도 행정기관과 산하 공공기관 등에만 한정돼 민간 사업장의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정책 지원에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또한 고객응대 과정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효율성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데도 기존 조례로는 감정노동자의 보호조치가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정노동자의 범위를 민간 사업주까지 확대하고 공공기관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도 경영평가 항목에 추가함으로써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노동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이제 개정된 조례가 시행된 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민간사업장의 권리 보호체계는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전라북도에서 감정노동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기존 조례의 적용범위가 공공부문에만 한정됐기 때문에 실태조사도 폭넓게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민간영역에 대한 감정노동자 실태를 조사해 도내 감정노동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궁극적으론 감정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인식개선, 노동환경개선 등 감정노동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노력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조례 개정사항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아직 시행 초기라 그런지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았다. 내년에 실시되는 경영평가엔 조례 개정사항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전라북도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감정노동자는 ‘감정’을 서비스하다 보니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 조사 결과를 보면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위험이 일반인보다 6배 넘는다고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이런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2배나 높았는데, 그만큼 감정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데, 부당한 행위를 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감정노동자가 항상 소비자를 존중하는 만큼 감정노동자를 존중해주는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국주영은 전북도의원 / 전북일보 2021.12.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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