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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시절 김관영 도지사를 특징짓는 키워드는 디즈니랜드였다. 김관영 당시 후보는 새만금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해서 새만금을 관광매력도가 넘치는 ‘핫 플레이스’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김관영 지사가 그리고자 하는 디즈니랜드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아니면 판타지로 끝나고 말 것인가.
굴레에 갇혀 지역발전을 열망하는 전라북도의 지역적 특수성 앞에서 당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판을 위한 비판만을 일삼을 생각은 없다. 오히려 김관영 지사가 도민들에게 제시한 비전이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그 과정에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다고 선의의 우려마저 감추고 싶지는 않기에 이 글을 쓴다.
우선 아시아 지역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추가적인 신규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지역이다.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에 6개국에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3개가 홍콩과 일본, 중국 상하이에 있다. 이 중 상하이디즈니랜드는 디즈니 CEO가 밝힌 것처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였고 도전이었다. 우리 스스로가 디즈니의 CEO라고 가정해봐도 이미 3개의 디즈니랜드가 집중되어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할 것 같지는 않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얼마나 클까”라는 제하의 2016년 6월자 CNN 기사를 보면 좀 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사에 따르면 상하이 디즈니 프로젝트는 무려 55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8조원)를 들여 2011년 4월 착공해서 2016년 6월에 오픈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니까 논의에서 완공 및 오픈까지 족히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나마 이것도 디즈니와 중국 국영기업의 공동 지분 소유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런 전례로 미루어 보면 2029년 새만금공항 개항시기에 맞춰 새만금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얘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와닿지가 않는다.
다음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다. 지금 전 세계는 역사적인 저금리로 인한 천문학적인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역사적인 고금리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과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돈줄이 마르고 있는 것인데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확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은 명약관화다. 새로운 규범 즉,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는 포스트코로나도 큰 장애물이다. 실제 2020년 전세계 테마파크 시장은 급격한 방문객 감소로 타격을 받았다. 2019년 상하이 디즈니는 전년 1,100만 명 규모에서 550만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일본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같은 기간 1,450만명에서 490만명으로 줄었다. 미국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는 1,866만명에서 367만명으로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문제는 팬데믹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결국 대면 방문이 핵심인 테마파크 시장은 뉴노멀 시대에 리스크 회피와 환경변화 대응 차원에서 기존과 같은 신규 투자를 지양하는 대신 디지털 기술 접목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를 특정한 게 아니라 디즈니와 유사한 테마파크라고 항변해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만금 테마파크의 콘텐츠가 기존 아시아 테마파크 시장에서 볼 수 없는 차별적인 콘텐츠면 되지 않겠냐는 반문이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팬데믹 뉴노멀 시대라는 장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만금 테마파크를 향한 김관영 지사의 의지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만약 이 모든 허들을 넘어서 새만금 테마파크 유치에 성공한다면, 정말 성공한다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겠지만 의지와 희망만으로 부족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공공정책의 입안과 실행은 수혜자인 도민들이 있는 문제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전임 지사의 1·2·3공약 재판(再版)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재검토를 해서 또 다른 판타지로 희망고문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수진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2.10.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