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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가고 산업이 왔다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2-10-28

 이미 예고된 대로 민선 8기 전라북도의 첫 번째 조직개편이 완료됐다. 몇 가지 주요한 변화가 있었지만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는 아무래도 문화예술과가 문화산업과로 개편된 점이 눈에 띈다. 예술은 가고 산업이 온 것인데 자칫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수도 있지 않나 걱정이 앞선다.

 전라북도를 일컬어 흔히들 문화예술의 고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표현은 다소 상투적인 수사로 전락한 느낌이 없지 않다. 깃발만 나부끼며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수반되지 않았다. 문화예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지역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주장도 늘상 있었던 일이지만 실제로 가시화된 적은 없었다.

 그나마 민선 5기에 삶의 질 정책과 생활문화예술 정책을 도정 전면에 내세우면서 문화정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것이 전부였다. 삶의 질 정책은 작은 목욕탕, 작은 영화관 등 이른바 ‘작은 시리즈’ 사업으로 대표되는 정책이었는데, 삶의 질이라는 개념을 경제적 수준향상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일상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편익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생활문화예술정책은 생활문화예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중적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사회적 상황을 일반 도민의 생활문화예술 활동 참여기회 확대로 연결시킨 것으로, 문화예술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민선 6기부터는 새로운 문화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전무했다. 기존 사업을 관성에 의존해서 이어가는 정도, 남들 다하는 보급형 사업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일하게, 전임 지사가 파기한 문화재단 설립 공약을 문화와 관광을 아우르는 문화관광재단 설립 공약으로 확대해서 제시하고 실행으로 옮긴 게 전부였다. 그나마 출범 7년차를 맞고 있는 문화관광재단은 지역문화예술과 관광진흥 거점기관으로 안착하지 못하고 정처 없이 표류하며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은 가고 산업이 온 것인데, 김관영지사가 문화산업화를 도정 전면에 내세우자 실무부서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실제 업무보고를 통해 문화산업화의 구체적인 개념이나 방향성을 확인해봐도 아직은 정체가 모호해 보인다.

 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 판매하는 일련의 흐름을 말하는 것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민선 8기 전북도정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문화산업화라고 한다면 문화부문에서 생산되는 재화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판매됨으로써, 문화가 곧 경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적 지향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산업에 반드시 상응하게 되어 있는 시장을 봤을 때 전라북도에서 문화부문의 산업화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부문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산업과 맞닿아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도 도내에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경쟁력 있는 기업체 유치가 안 되고 있고, 그나마 몇 안 되는 도내 업체들은 일부 소수의 기업체만 제한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김관영 지사가 주창하는 문화산업화는 아직까지는 화두만 던진 단계다. 조만간 좀 더 정교한 개념으로 구체화되고 정책입안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특성상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정을 작위적으로 꿰어맞추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증적이고 귀납적인 여정이 아니라 연역적인 과정을 거치는 정책입안과 사업발굴은 그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요컨대 문화산업화는 문화부문의 제반 요소가 시장과 결부되어야 가능한 것인 만큼 실험적이면서도 주도면밀한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아울러서 문화부문의 핵심 영역인 예술을 도외시한 채 문화산업화를 추진한다면 방향성 자체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문화산업화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병도 전북도의회 문화건설 안전위원회 위원장 / 전라일보 2022.10.2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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