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우리 사회는 고령화의 물결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마주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치매는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이 무너지고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받는 질환으로 가족 전체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98만 명으로(평균 치매유병률 10.41%) 2040년에는 약 226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을 정도로 치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지만, 치매 환자 돌봄은 대부분 가족이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피로·건강 악화 등의 신체적 문제, 불안·우울 등의 정서적 문제, 사회활동 제약에 따른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갈등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급기야 간병살인, 일가족 동반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정부는 2014년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간병으로 인해 지친 심신을 잠시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매가족휴가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최대 연 10일까지 단기 보호나 방문 요양 서비스를 이용해 잠시나마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은 1% 미만으로 제도 시행 1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책의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에는 ‘홍보 부족’, ‘서비스 제공 기관 및 인력 부족’, ‘맞춤형 서비스 부재’ 등을 꼽을 수 있다. 여전히 치매환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치매가족휴가제를 잘 모르고 있으며, 정작 서비스 이용을 하려 해도 단기 보호기관에 자리가 없거나 방문요양기관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렵다. 또한, 가족 없이 홀로 며칠 동안 단기보호시설에 맡겨지거나 낯선 사람이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 치매환자가 느끼는 불안감 역시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치매는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함은 분명하다. 2017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밝혔지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개선하거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보다는, 단순히 이용 일수나 적용 대상의 확대와 같은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행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필자 역시 치매에 걸린 아버님을 모시며 온 가족이 간병에 매달렸던 과거가 있다. 누구보다 바르고 깔끔하셨던 분이 가족을 몰라봤을 때 느꼈던 슬픔도 크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곁을 지켜야 했던 고통이 상당했다. 긴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처럼 그 당시엔 아버님이 정말 원망스럽고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성 질환인 치매환자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가족휴가제 등 치매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은 마련되어 있으나 이러한 제도들이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유명무실한 채 방치된다면, 치매가족 간병살인의 비극은 영원히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치매가족을 위한 제도 정비와 치매 간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종복 전북특별자치도의원 / 전라일보. 2024.10.0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