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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박 9일 일정으로 상임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돌아온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워낙 일정이 빡빡한 탓이기도 했지만 현대 문명과 오래된 문명을 연이어 조우했던 그 생경한 느낌이 워낙 강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두바이는 최근 10여 년 사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국가로 급부상했다. 각종 매체에서도 두바이 소식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나라가 됐다. 연수를 통해 직접 목격한 결과, 명불허전이었다. 두바이는 진주 채취를 주업으로 하던 조그만 어촌마을이었다. 그렇다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을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 중 94%의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아부다비를 제외하면 나머지 토후국의 석유매장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두바이의 석유매장량은 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원부족은 두바이의 혁신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구조가 두바이의 혁신적 변화를 이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바이가 이슬람 왕조국가라는 점이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통치체제는 현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혁신적 리더십과 결부되어 두바이의 변신을 가능하게 했다. 왕조국가로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외국인 친화적인 개방정책을 도입한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통해 상전벽해 수준의 발전을 추동한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아닌, 통치자의 명령과 결단으로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정치체제가 ‘신문명의 창조’를 가능케 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역설적이다. 반면 이집트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채택한 민주국가 형태이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높은 빈곤율과 부패지수, 장기간의 군부세력 집권과 이들에 의한 주요 기간산업의 독점 등 복합적인 정치사회적 문제점들이 국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현지 이집트인 가이드는 “이 나라는 자동차 주유 한 번에 월평균 임금의 육분의 일을 지출하는 나라”라며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의 폭락이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나락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는 위대한 문명의 유산을 물려받은 ‘축복받은’ 나라다. 당연히 이집트 문명을 콘텐츠로 하는 이집트 관광산업의 강점과 매력은 압도적이다. 4천 년이 넘는 오래된 과거의 흔적이 피라미드와 신전, 상형문자 기록과 생생한 회화적 묘사를 통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집트. 그래서 유럽을 필두로 세계 전역의 관광객들은 이집트 문명의 위대한 유산을 직접 보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적인 편의시설 하나 제대로 없는 주요 관광지, 밀려드는 외래관광객을 온전히 수용할 수 없는 호텔수용능력, 부족하기만 한 항공노선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이집트가 위대한 문명의 축복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트의 3대 외화 수입원 중 하나가 관광수입일 정도로 관광산업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의존도는 매우 높지만 정작 세계 관광시장에서 이집트의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두바이가 왕조국가라는 독특한 통치체제 하에서도 혁신적인 지도자의 리더십을 통해 새로운 신문명을 창조해낸 반면, 이집트는 위대한 문명의 유산을 물려받았음에도 여전히 저개발국가로 신음하고 있다. 이렇듯 오래된 문명과 새로운 현대문명의 상반된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낯선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한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표현이 흔하게 회자된 적이 있는데 이번 연수를 통해 문득 든 생각은 한 국가 또는 사회의 발전을 좌우하는 최상위 변수는 정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병도 전라북도의회의원 / 전라일보 2023.04.2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