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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과 충견

작성자 :
총무담당관실
날짜 :
2023-03-03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다가오니 일몰이 늦어지고 일출이 빨라졌다. 봄이런가 싶어 마라톤 복장으로 내장산을 뛰다가 얼어 죽을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으레 영상이면 반바지를, 영하면 긴바지를 입고 뛰었다. 하지만 얼마 전 정지아 작가의 ‘빨치산의 딸’을 읽고 날씨가 추울수록 반바지를 입어야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었다.

조국의 해방과 먼저 숨진 동지를 위하여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 맞아 죽었던 빨치산. 그들은 생포된 후에도 끝까지 전향을 거부하며 ‘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며 처형당했지만, 믿었던 북한에서마저 버림받았다. 엄동설한 필자의 반바지 질주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배이자 초심을 지키고자 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다짐이다.

오~메 그란디, ‘실존이 본질에 우선한다’는 철학자 사르트르의 아포리즘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상대적 빈곤을 넘나드는 절대적 풍요의 시대 탓인지 아니면 필자의 박약한 의지 때문인지 영하 7~8도에 팬티만 입고 산중을 뛴다는 것은 여간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손발 시린 건 기본이고 하반신은 살이 에이는 게 마치 칼로 도려내는 듯했다. 하지만 내장사를 지나 원적암 비포장을 뛸 때 가끔 마주치는 견공들과의 동반 질주는 한 줄기 햇살이다. 척추동물이라는 것 빼고 닮은 점도 인연도 없지만 가수 전영록의 오래된 노래 가사처럼 ‘이제라도 살며시 나를 두고 간다면 내 마음 너무나 아쉽다.

’춘래불사춘. 경칩이 내일모레인데 검찰 공화국에 피어날 진달래가 그닥 기다려지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심경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1항이 지금처럼 무색하게 보인 적이 없다. 헌정사상 최초로 제1 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 같은 주관적 표현이 구속 사유다. 이는 0.73%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명백한 보복 수사이자 야당탄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차기 제1 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국민의 선거에 의한 정치적 판결뿐이다.

“제발 일 좀 합시다.” 검찰의 비상식적인 13번째 압수수색에 대한 염태영 경기 부지사의 하소연이자 분통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경기도청을 무차별적으로 압수수색 중이다. 그런데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근무했다. 남북교류와 평화협력 등의 업무는 진즉 제2 행정부지사 소관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도청사가 이전하여 사무실이 바뀌었고, PC도 그 이후에 설치한 것이다. 아직도 본인이 대통령인지 검찰총장인지 구분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견이 아니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검찰권 남용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아들 문제로 중책을 수행할 수 없어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라며 신임 국수본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임기 시작 하루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을 포함해 3만 명이 넘는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자리다. 사의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최측근 검찰 출신, 국수본장 임명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무력화시켜 ‘검수원복’을 실현시키려는 대국민 선전포고가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 나라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다.“남자는 검사가 돼야 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아들에게 한 말이 요즘처럼 뇌리에 맴도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산사에서 조우한 견공들과 헤어지기 싫은 건 권력의 충견들이 판치는 대한민국의 암담한 현실에 대한 무의식적 반작용일게다.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3.03.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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