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형님~우리가 이런 나라를 보려고 그토록 피와 눈물 흘리며 청춘을 보냈던가요?” 정읍 연지 아트홀 앞, ‘최덕수 열사’ 기념탑에서 우연히 만난 필자의 후배가 다짜고짜 따져진다. 방금 세수한 청년의 얼굴처럼 청초한 신록의 4월, 필자를 비롯한 소위 말하는 586 꼰대(50대 나이로 80년대 대학에 입학, 1960년대 태어난 세대)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루탄을 마시며 교문을 드나들어야 했다. 현재 88만 원 세대, N포세대, 헬조선‘이라는 젊은 세대가 겪는 시대의 아픔만큼이나 그 시절 그때는 그런 시대의 좌절과 고민 그리고 갈등이 청년의 숙명이었다.
“종북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며,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 80년대 학창 시절, 군부독재의 낯익은 문구다. 다름 아닌 지난해 10월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어명이다. 이는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분단 기득권 세력의 논리다.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 발언이다. 한국기업 모금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는 일본의 악행에 면죄부를 주고, 자국 정부가 자국 대법원 판례를 부정해버린 세계사에 보기 드문 무소불위한 대한민국 검찰의 관행적 소행이자 지도자의 빈약한 철학관, 무지한 역사관, 편협한 인생관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목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정권’이다. 검사 출신이 사법부는 물론이고 행정부를 장악했다. 지난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과정에서 목도했듯이 이제는 총선을 통한 입법부마저 독식하려는 발톱을 숨기지 않는다. 아시아 민주주의 모범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지난 독재의 시절에 이익과 이득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민주주의 호강에 젖은 ‘국민의 방심’에 검찰독재 시대 출현을 방조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다시 외쳐야 한다. 민주주의는 일시불이 아니다. 더더구나 공짜가 아니다. 피와 눈물로 일궈낸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함으로써 독재에 대한 경각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전라북도는 4.19 혁명의 단초가 된 김주열 열사, 5.18 민주화운동의 최초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 6.10 민주항쟁의 최덕수 열사 등 민주화운동 공헌자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분들의 업적이나 예우가 다른 시도에 비해 소홀했다. 오늘의 검찰 독재는 민주주의에 대한 홀대의 대가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필자에 의해 ‘전라북도 민주화운동 예우 및 지원조례’가 제정되어 공헌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다. 또한 전북연구원에 의해 ‘전라북도 민주화운동 기념 및 정신계승 기본계획이 완료되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난 적이 없다. 진보가 자만했다. 국민이 방심했다. 시절이 방조했다. ‘자유, 평등, 박애’를 표방한 프랑스 혁명이 완성(?)하는 데 100년이 걸렸다. 4.19 혁명은 겨우 60돌 넘었다. 혁명은 아직도 현재완료 중이고 윤석열 정부는 더 나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향한 과도기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라는 분들이 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 한류와 K컬처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열매 아닌가.
염영선 전북도의회의원 / 전북도민일보 2023.04.19.(수)